염증성 장질환 환자 30%가 '비만' … 일반인보다 2배 높은 증가세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 10명 중 3명이 비만 상태이며 최근 10여 년간 비만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황성욱·김민규 교수팀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본원을 방문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 1만1216명의 체질량지수(BMI) 및 혈액학적 대사 지표를 분석한 결과, IBD 환자의 평균 비만율이 2008년 13.1%에서 2021년 29.8%로 2.3배 상승했다고 28일 밝혔다.

같은 기간 일반 인구의 비만율 증가 폭은 6.4%p(30.7%→37.1%)에 그쳤다. 이로써 IBD 환자 집단이 일반인보다 더 가파른 비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성별로는 남성 IBD 환자의 비만율 증가폭이 여성보다 월등히 컸다. 2008년 15.1%였던 남성 비만율은 2021년 37.7%로 22.6%p 증가한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 9.2%에서 15.0%로 5.8%p 상승했다. 남성 환자의 증가 폭이 약 4배에 달했다. 

황성욱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과 비만의 연관성을 동양인 대규모 코호트에서 처음으로 입증한 연구"라며 "서양과 다른 체질적 특성과 비만 기준(BMI≥25kg/m²)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BMI 상승과 함께 고혈당, 고중성지방 등 대사증후군 관련 혈액 지표도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크론병 환자의 중성지방 수치는 경계 수준인 150mg/dL를 초과했고, 일부 환자는 혈당이 정상 상한선(99mg/dL)을 초과하는 등 대사 이상 징후가 관찰됐다.

이는 비만 자체가 염증성 장질환의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기존 연구들과도 맥을 같이한다.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고려하면 보다 정밀한 관리가 요구된다.

다만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식이 제한, 약물 복용, 장 절제 수술 등으로 인해 일반적인 비만 관리 방식이 적용되기 어려운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IBD 환자 중 대사증후군이나 지방간을 동반한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본격 수립하고 있다. 동시에 체계적인 임상 데이터 수집과 장기 예후 분석을 위한 후속 연구도 추진 중이다.

황 교수는 "동양인 IBD 환자에 대한 임상 근거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치료 기준 정립과 맞춤형 관리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 Journal of Gastroenterology(피인용지수 6.9)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