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간 매년 2.8조 일감 확보… '가뭄에 단비'신규 대형 고객사 확보 물꼬… 추가 러브콜 기대전영현 '뚝심'·한진만 '전략' 계약 성사에 주효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글로벌 대형 기업을 새로운 고객사로 맞이하며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숨통을 틔었다. 앞으로 8년 동안 이 고객을 통해서만 23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빠졌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과 파운드리 사업을 맡은 한진만 사장 등의 리더십이 빛을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의 공식 확인이 필요하지만, 외신을 통해 들어온 소식을 보면 삼성의 계약 대상은 테슬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7일(현지시각) 자사의 차세대 AI6 칩을 삼성전자가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이날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삼성의 새로운 대규모 텍사스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삼성 파운드리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 … 22.7조원 규모 위탁생산 확정

    삼성전자는 28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22조 7648억 원 (165억 달러)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규모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전사 기준 매출액인 300조 원의 7.6%에 해당하는 대규모 계약으로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말까지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급계약 공시에서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을 맺은 글로벌 대형 기업이 어딘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삼성은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체결계약명, 계약상대, 주요 계약 조건은 유보기한일의 다음 영업일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제시한 공시 유보기한은 이 고객사와 계약이 끝나는 2033년 12월 31일이다.

    공교롭게도 머스크 CEO가 밝힌 내용과 흐름이 맞닿는 것을 보면, 이번 계약 대상은 테슬라가 유력해 보인다. 사실이 맞다면 삼성은 매우 큰 우군이자 잠재적 고객을 갖게 된다. 

    삼성 파운드리가 이처럼 공시에 나서야 할 정도로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으로 종합해서만 실적을 발표하고 있기에 해마다 구체적으로 얼만큼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업계에선 파운드리 사업이 반도체 사업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한다고 알려져있다. 이를 토태로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기준 삼성 파운드리가 약 6조 원 대 매출액을 기록했고 시스템LSI와 통합으로 연간 약 5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파운드리 단독으로만으로도 4~5조 원대 적자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인 지난 2023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이처럼 이미 삼성 파운드리가 몇 해째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어 이번 글로벌 대형기업과의 장기 공급 계약은 삼성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나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인텔 파운드리가 사실상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위기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대규모 계약을 수주한 것이 상대적으로 더 두각된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 파운드리는 해마다 2조 8000억 원의 매출을 확보한 것으로 계산된다. 과거 실적 기준으로 따지면 연간 매출의 거의 절반 가량이 이번에 신규 수주한 고객사에서 나오는 셈이다.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삼성전자
    ◇ 수주 경험 기반 고객사 확보 절호의 기회 … 전영현·한진만 영업전략 두각

    이번에 삼성이 수주한 위탁생산 건이 고객사의 단일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른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고객사의 차세대 핵심 제품 적어도 3개 이상에 들어가는 칩이 삼성에서 제조된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고객사가 자사의 차세대 제품 두뇌를 삼성에 믿고 맡겼을만큼 삼성의 파운드리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 파운드리는 이번 글로벌 대형 고객사 수주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더 다양한 고객사들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 파운드리가 그동안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을만한 미세공정 기술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수주 성과로 쉽게 이어지지 못하는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만큼 이번 계약은 신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물꼬를 트는 중요한 건이다.

    특히 빠르게 확대되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형 고객사 수주건에도 AI 관련 칩 제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삼성 파운드리가 ASIC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나가는데 이번 건에서의 경험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기에 놓였던 삼성 파운드리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인 이번 계약을 유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전영현 DS사업부문장(부회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인 한진만 사장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부터 이어진 삼성 반도체 위기 상황에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선봉에 서있는 인물로, 이번에 파운드리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해 고객사 본사가 위치한 미국과 국내를 바쁘게 오가며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에서도 침체됐던 내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다시 삼성 시대를 열어보자는 격려를 이어온 전영현 부회장의 매직이 이번에도 통한 것 아니냐는 평을 내놓고 있다. 전 부회장의 기술 육성 중심 리더십에 더불어 고객사 맞춤형 공급 전략이 최종적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유효했다는 후문이 나온다.

    DS부문 미주총괄을 오래 맡아온 글로벌 영업통 한진만 사장도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 수장에 앉은지 반년 여 만에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이에 앞서 삼성 파운드리 기술력을 높이는데 앞장 선 남석우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까지 삼성 파운드리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가능성을 되찾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