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4대 금융 이자이익 21조원 돌파…이자놀이 비판 커져정부, 주담대 RWA 상향·기업투자 RWA 하향으로 유인책100조 첨단기금에 은행 참여 추진…단순 대출→투자로 전환은행권, 정부 압박에 대출 전략 수정…"자율성 침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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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이 2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러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중이 80%에 육박하며 부동산 중심의 자산 편중이 심화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대통령의 발언 직후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이 '주담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시장의 자율을 침해하며 '관치금융'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자 장사에 매달려선 안돼” … 대통령 공개 비판에 금융당국 움직임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합산 이자이익은 21조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10조3254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이처럼 은행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시기 정부는 금융권에 대한 고강도 기조 전환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손쉬운 주담대 같은 이자 놀이에 그치지 말고, 투자 확대에 나서라”고 언급했다. 3일 전 기자회견에서도 “시중 자금이 비생산적 영역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이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오전 7시 주요 금융협회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금융 자금의 생산적 전환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생명·손해보험, 금융투자, 저축은행 협회장이 참석했다.권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금융권이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영업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며 “이제는 시중 자금을 미래산업, 벤처기업, 지역경제 등 생산적 영역으로 유도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100조 첨단산업기금에 은행 참여 … 주담대엔 규제 강화 카드정부는 생산적 금융 유도를 위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에 은행권 참여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산은이 중심이 돼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AI(인공지능) 등 전략산업에 선순위·후순위 투자 및 저리 대출을 연계하는 구조다. 은행의 자금이 대출에서 투자로 확장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주목된다.금융당국은 자본규제 개편도 예고했다.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하한을 현행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대신, 기업대출과 지분투자 RWA는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주담대는 ‘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생산적 투자에는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구조로 재설계하는 것이다.권 부위원장은 "정부는 금융사가 생산적 투자에 책임감 있게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장애가 되는 법, 규제, 회계와 감독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면서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살펴봐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주담대 80%’ 현주소 … 실적 쏟아낸 은행들, 체질 개선 시동하지만 은행권의 현실은 여전히 ‘주담대 중심’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중 주담대 비중은 79%에 달해, 올해 초 전체 금융권 평균치(62%)를 크게 웃돈다. 지난 6월 한 달간 주담대는 3조원 넘게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이 여전히 '낮은 리스크·확정 수익' 중심의 자산 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이에 은행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국가전략산업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담보가 부족한 기업에는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특별출연을 통해 대출을 늘릴 예정이다.신한은행은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선제적 자금을 공급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비이자 수익 확대에 주력한다.하나은행은 기업대출 특판 한도를 확대하고, 자산관리·결제 부문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한다.우리은행은 공급망금융 플랫폼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맞춤 데이터 기반 지원체계를 본격화한다. 농협은행은 지역경제와 방위산업 중심의 맞춤형 자금공급에 집중한다.금융권은 이번 간담회 취지에 공감하며 “부동산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장들은 “은행이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국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금융위는 조만간 현장 중심의 TF를 꾸려 금융감독원, 금융권, 기업, 전문가들과 함께 규제개편 과제를 도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