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외부 대형 고객 없으면 차세대 공정 투자 불가"2분기 44조원 적자 기록… 파운드리 사업 위기 표면화삼성 파운드리, 테슬라서 23조 대형 수주 낭보같은 IDM으로 파운드리 2위 자리 경쟁했지만 희비 엇갈려
  • ▲ 인텔 본사 전경 ⓒ인텔
    ▲ 인텔 본사 전경 ⓒ인텔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재진출한지 4년 만에 다시 사업 포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구나 같은 후발주자로 대만 TSMC 뒤를 쫓는 처지였던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양사 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월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했던 인텔이 다시금 사업 포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 파운드리 포기 시사한 인텔 … "IDM 시대 끝났다" 평가 이어져

    지난 24일(미국시간) 인텔의 2분기 실적발표에서 립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CEO)는 "외부 대형 고객이 없으면 차세대 공정인 14A를 포함한 고급 공정 투자를 멈추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재 주력으로 삼고 있는 최신 공정인 18A 공정도 내부 물량을 소화하는 용도로만 쓸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에 앞서 파운드리업계에선 인텔이 야심차게 시도한 18A 공정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알려져고 이를 인텔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부활을 위해 추진하던 기존 생산라인 확대 계획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겠다고도 선언했다. 독일과 폴란드에서 진행되던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과 미국 오하이오 공장 건설에도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혀 기존에 확정했던 설비투자를 모두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음을 공식화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라고 앞다퉈 해석을 내놨다. 정식으로 "파운드리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확실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규 라인 투자는 없을 것이고 필요에 따라선 사업 자체를 접을 가능성까지 암시한 것으로 봤다.

    더불어 인텔의 이 같은 선언에 "종합반도체(IDM)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텔은 과거 1980년대부터 CPU(중앙처리장치)를 중심으로 IDM 선봉에 섰던 곳으로, 삼성전자도 인텔의 뒤를 이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DM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자리를 굳힌 대표적인 기업이다.

    인텔의 이 같은 전략 선회는 막대한 사업 손실을 더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 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지난 2분기에도 32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전분기 대비로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엔 연간 기준으로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130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인텔은 지난해 이 같은 실적이 바닥을 찍은 것이라고 자평하며 오는 2027년까지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지만 올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계산이 반영돼 대규모 투자 축소와 사업 포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 고군분투하던 삼성, 대형 고객사 확보 성공 … 인텔과 희비 엇갈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뛰어든지 불과 4년 만에 다시 백기를 흔드는 반면 같은 후발주자로 고전을 겪고 있던 삼성 파운드리는 고군분투 속 희망의 불씨를 찾았다는 점에서 대조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고객사로부터 165억 달러(약 22조 7648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전사 기준 매출액인 300조 원의 7.6%에 해당하는 큰 계약으로, 오는 2033년까지 8년 동안 연간 2조 8000억 원 매출을 낼 수 있는 규모다. 삼성 파운드리 역사 상 가장 큰 단일 계약으로도 꼽힌다.

    삼성은 고객과의 계약비밀 사항이라 글로벌 대형 고객사가 어딘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삼성의 새로운 대규모 텍사스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의 전략적 중요성은 과장하기 어렵다"고 해 대형 고객사가 테슬라임이 밝혀졌다.

    삼성은 미국 정부의 투자 권유에 따라 미국 테일러 지역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는 중이고 신설되는 라인 중 상당 부분에서 테슬라용 칩을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삼성은 머스크의 AI4 칩을 생산 중이며 해당 칩은 테슬라의 차세대 슈퍼컴퓨터와 로봇 등 AI 핵심 두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파운드리도 인텔만큼은 아니지만 업계 압도적 1위인 대만 TSMC에 고객사 대부분을 내주고 대형 수주건 없이 사업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미 몇 해째 적자가 이어지며 지난 2023년과 지난해 연간 합산으로 10조 원 가까운 누적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사로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삼성 파운드리는 숨통을 트고 더불어 향후 다른 신규 고객사들을 확보하는데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 파운드리가 이번에 수주한 건이 고객사의 단일 제품에 들어가는 칩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핵심 제품 여러 곳에 탑재되는 칩을 다양하게 공급하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파운드리가 신규 수주에 성공하고 3위였던 인텔이 사실상 사업 포기를 선언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면서 파운드리 시장 2위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다만 여전히 1위인 TSMC와의 기술적, 사업적 격차를 줄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한계다. 이번 글로벌 빅테크 수주건이 삼성 파운드리 부활의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파운드리업계 관계자는 "선두업체와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던 상황에서 삼성에겐 이번 수주 계약이 엄청난 희소식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며 "이번 수주 건을 계기로 AI 반도체 시장 신규 수요를 빠르게 흡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