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조원 규모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따내자율주행·로봇·슈퍼컴 탑재 AI 칩 생산키로美 테일러 공장 2나노 공정 기술력 인정 받아신규 대형 고객사 확보 물꼬… 추가 러브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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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3년 5월 테슬라를 방문해 경영진을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경영진(왼쪽부터 칸 부디라지 테슬라 부사장, 앤드류 바글리노 테슬라 CT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테슬라를 새로운 고객사로 맞이해 차세대 AI 시장을 본격 공략해나간다.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슈퍼컴퓨터에까지 삼성이 제조한 AI칩이 사용되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AI 산업 전방위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23조원 규모 '역대급' 계약 … 고객사는 '테슬라'삼성전자는 28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22조 7648억 원 (165억 달러)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규모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전사 기준 매출액인 300조 원의 7.6%에 해당하는 대규모 계약으로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말까지다.삼성전자는 이번 공급계약 공시에서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을 맺은 글로벌 대형 기업이 어딘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했다.삼성은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체결계약명, 계약상대, 주요 계약 조건은 유보기한일의 다음 영업일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제시한 공시 유보기한은 이 고객사와 계약이 끝나는 2033년 12월 31일이다.하지만 이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 사실을 공개하면서 삼성이 수주한 계약 당사자가 테슬라임이 밝혀졌다.머스크 CEO는 X에 "삼성전자의 텍사스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이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밝혔다.삼성 파운드리가 이처럼 공시에 나서야 할 정도로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으로 종합해서만 실적을 발표하고 있기에 해마다 구체적으로 얼만큼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다만 업계에선 파운드리 사업이 반도체 사업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한다고 알려져있다. 이를 토태로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기준 삼성 파운드리가 약 6조 원 대 매출액을 기록했고 시스템LSI와 통합으로 연간 약 5조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파운드리 단독으로만으로도 4~5조 원대 적자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인 지난 2023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이처럼 이미 삼성 파운드리가 몇 해째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어 이번 글로벌 대형기업과의 장기 공급 계약은 삼성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나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인텔 파운드리가 사실상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위기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대규모 계약을 수주한 것이 상대적으로 더 두각된다는 평가도 있다.이번 계약으로 삼성 파운드리는 해마다 2조 8000억 원의 매출을 확보한 것으로 계산된다. 과거 실적 기준으로 따지면 연간 매출의 거의 절반 가량이 이번에 신규 수주한 고객사에서 나오는 셈이다. -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 TSMC 3나노 공정서 삼성전자 2나노로… 기술력 인정 받았나이번에 삼성이 수주한 위탁생산 건이 고객사의 단일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른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머스크 CEO가 SNS에서 언급한 AI6는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같은 테슬라의 차세대 주요 제품 전반에서 사용될 수 있게 디자인된 칩으로,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모두 구동할 수 있는 성능과 전성비를 갖춘 칩을 양산할 곳으로 삼성이 인정받은 것이다.게다가 삼성 파운드리는 이번 글로벌 대형 고객사 수주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더 다양한 고객사들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 파운드리가 그동안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을만한 미세공정 기술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수주 성과로 쉽게 이어지지 못하는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만큼 이번 계약은 신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물꼬를 트는 중요한 건이다.특히 삼성이 이번에 수주한 AI6 칩의 전세대 제품인 AI5 칩은 TSMC가 대만에서 초기 생산을 마친 이후 미 애리조나 공장에서 양산하는 3나노 반도체다. 다시 말해 테슬라가 2나노 최신 AI칩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겼다는 것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빠르게 확대되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테슬라 AI칩에서도 다양한 기능 중 '추론' 성능에 특히 방점이 찍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삼성 파운드리가 ASIC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나가는데 이번 수주 경험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다양한 AI 용처에 적용될 수 있는 유연하고 강력한 칩을 생산하게 된 삼성 파운드리는 내부적으로도 이번 테슬라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신규 고객사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북미 영업통으로 알려진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을 중심으로 자체 AI칩을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만남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테슬라 칩 생산을 전담하게 될 삼성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도 신규 주문 확보로 가동률을 빠르게 높이면서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사인 인텔이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어 결국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준비 중이던 생산라인 확충 공사를 잠정 중단키로한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테슬라 칩 수주를 시작으로 잠재 고객사들인 빅테크들 인근에 위치한 테일러 신공장의 장점도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