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디스커버리', 중고차 가치 최대 15% 더 보상국내, 점수 기반 '보험료 할인'에만 머물러데이터 직접 분석해 금융 혜택 생태계 구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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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운전 습관이 자동차보험료 할인을 넘어 중고차의 자산 가치까지 높여주는 해외 사례가 제시되며 국내 보험사들이 현재의 할인율 경쟁에서 벗어나 운전자 행동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운전습관연계보험(UBI) 2.0 시대: 운전 습관 관리 모델로의 진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운전자의 누적된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고차 가치를 재평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험사 '디스커버리(Discovery)'를 혁신 사례로 소개하며 국내 보험업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운전 습관이 중고차 가격으로 … 해외의 '공유가치' 모델

    보고서가 주목한 디스커버리 보험의 '바이탈리티 자동차 등급(Vitality Car Rating)'은 텔레매틱스 데이터와 보험 이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중고차 가치 평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연식, 주행거리, 사고 유무만으로 가치를 판단하던 기존 중고차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평가는 크게 ▲사고 이력(50%) ▲운전 행동(40%) ▲주행 환경(10%) 등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통해 사고 유무와 심도를 평가하고 , 운전자의 급가속, 급제동 등 누적된 주행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산정된 등급을 받은 고객은 제휴 중고차 업체에서 시장 가격 대비 최대 15%까지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

    이는 안전운전이라는 행동을 통해 고객의 자산 가치를 직접적으로 높여주는 '공유가치' 모델의 핵심이다. 디스커버리는 이 외에도 안전운전을 예·대출 금리 우대 등 다른 금융 생활과 연계하거나 , 주유비 캐시백 같은 즉각적인 혜택으로 보상하며 고객의 안전운전 동기를 극대화한다.

    ◇ 국내는 제휴사 통한 '할인 특약'에 그쳐

    반면, 국내 UBI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은 티맵·카카오내비 등 내비게이션 업체나 현대차·기아의 커넥티드카 서비스로부터 안전운전 점수를 받아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 형태로 UBI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직접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피드백을 주기보다, 제휴사가 제공하는 점수에 따라 할인율을 적용하는 수동적인 방식이다. 결국 보험사들은 더 높은 할인율을 제시하며 우량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에만 매몰되기 쉽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할인율 경쟁 넘어 '행동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보고서는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UBI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 할인 경쟁을 넘어 고객의 안전운전 행동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행동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제휴 관계를 고도화해 보험사가 직접 운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험 운전 시 알림을 보내는 등 능동적인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보험료 할인 외에 운전 챌린지 같은 게임 요소를 도입하거나,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제휴사 쿠폰·포인트 등 다차원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해 고객 경험을 혁신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스커버리 사례처럼 안전운전을 고객의 다른 금융 생활 및 자산 가치와 연결하는 '공유가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보험사, 고객,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