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비대위, 환자단체 직접 찾아 1년 반 만에 공개 사과환자단체 "조건 없는 복귀 환영…재발 방지 약속은 필수"일각선 "책임 회피, 형식적 사과" 비판 … 신뢰 회복 과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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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1년 6개월간 이어진 의정갈등 속에서 처음으로 전공의 대표단이 환자단체를 직접 찾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국민 앞에 사과의 뜻을 밝힌 이번 만남은 의료계와 환자 간 단절된 신뢰 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첫 발걸음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사직의 '책임 범위'를 두고 일부 환자단체가 형식적인 사과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의 완전한 봉합을 위해선 더 긴 호흡과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비대위 한성존 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 대표단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 사무실을 찾아 환자단체와 7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는 지난 22일 한 위원장이 환연의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방문해 대화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먼저 환연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점을 진심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 정부는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으로 2000명 증원을 발표했고, 동시에 저희 전공의들에게는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서가 송달됐다"며 "면허취소, 법정 최고형 언급까지 이어지는 협박성 대응은 병원과 학교밖에 모르던 저희에게 너무나 큰 공포였다"고 말했다.

    "그 두려움 속에서 저희는 삶의 터전인 수련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 그는 "무엇보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니라,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된 점이 더 큰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과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1년 5개월 이상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의료계를 대표하고 이끄는 위치에 있었던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도 젊은 의사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사과를 받은 환연 안기종 대표는 복귀 자체에 대한 의미는 인정하면서도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반성과 제도적 재발 방지 약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전공의가 환자 곁을 떠났을 때, 환자들은 의료공백 속에서 질환이 악화되고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며 "환자 입장에서 전공의 복귀는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고 전공의도 피해자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의료공백의 책임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의 복귀는 사직이 자발적이었던 것처럼 조건 없는 자발적 복귀여야 하며 환자에게 피해를 줬던 그 선택에 대해 반성과 재발 방지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의 집단행동을 헌법상 막을 수는 없지만,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영역만큼은 절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날 대화는 모두발언까지만 공개되고 이후엔 비공개로 전환됐다. 환자단체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별도 성명을 통해 "전체 전공의의 책임을 '일부 의사'의 문제로 축소한 채 형식적인 사과로 마무리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 "공개적인 피해자 앞에서의 반성과 약속이 없는 사과는 진정성을 가질 수 없다"며 "단편적 접근으로 신뢰 회복은 어려운 시점이므로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