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삼성 테일러 공장 직접 방문할 것"머스크式 속도 경영 이식 예고 … 시너지 기대감엔비디아 1강 체제 개편 가능성 … 주도권 싸움 예고
  •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165억 달러(약 22조 7648억 원) 규모 테슬라의 차세대 칩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은 삼성전자가 이를 생산하게 될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와 새로운 협력 모델을 선보인다.

    테슬라는 단순한 파운드리 고객사가 아니라 삼성 파운드리의 제조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 테슬라식 '속도 경영'을 이식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삼성 테일러 공장에 머스크 직접 관여 … 테슬라 로봇 활용될 수도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칩인 'AI6'를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제조하는 과정에 테슬라가 직접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미국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삼성은 테슬라가 제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게 허용했다"면서 "제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진행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공장은 제 집에서 멀지 않은 편리한 곳에 위치해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의 이 같은 발언은 테슬라가 삼성의 단순한 파운드리 고객사가 아니라 칩 생산 과정 전반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발언을 통해 테슬라 측이 칩 생산 과정에 얼마만큼의 역할을 맡을지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다른 고객사들보다 적극적으로 생산라인과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머스크 CEO의 이 같은 발언을 기반으로 테슬라가 자사 칩을 생산하는 삼성 테일러 공장 라인에 공정 개선이나 운영 효율화를 추진할 수 있는 직접 소통 창구를 열어놨을 것으로 예상한다. 머스크 CEO가 직접 생산라인에 들어가 진척에 속도를 내겠다고까지 표현한 바로 미뤄볼 때 위탁생산을 맡긴 고객사가 라인 가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문제점이 발생하면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 빠르게 대응에 나설 수 있다.

    테슬라의 자동화 장비나 로봇 등이 삼성 테일러 공장에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테슬라는 이미 전기차 생산 경험과 노하우가 많기 때문에 제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생산 효율화를 위한 각가지 시도를 통해 구축한 자동화 시스템과 로봇 등 관련 장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이를 삼성 테일러 공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테슬라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다. 이 로봇은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작업을 대체하기 위해 이미 지난 2023년부터 테슬라 공장 일부 단순 작업 라인에 투입해 활용하고 있따. 삼성 테일러 공장에서도 이 같은 테슬라 로봇이 물류나 패키징 라인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쓰일 수 있다.
  • ▲ 테슬라 모델X 이미지 ⓒ뉴시스
    ▲ 테슬라 모델X 이미지 ⓒ뉴시스
    ◇ 테슬라式 '속도 경영' 삼성 파운드리에 이식 … 수익성 문제 등 리스크도

    삼성 파운드리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테슬라가 전기차 생산을 하며 쌓아온 '속도 경영' 스타일을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테슬라는 과거 '모델3' 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완전 자동화에 집착했던 초기 전략을 철회하고 수작업 공정을 일부 복원해 생산 속도를 빠르게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전략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 조치하는데 속도를 내는 테슬라의 제조 철학을 삼성 파운드리에도 이식해 효율성 극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테슬라의 생산 효율화 지원은 2나노미터(nm) 공정으로 재기가 시급한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선 든든한 우군인 동시에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나노 공정에서 독보적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꺾고 가장 먼저 양산을 시작했지만 이후 생산 안정화 문제를 겪고 고객사 이탈까지 경험했던 삼성 파운드리에겐 미세공정 조기 안정화와 생산성 향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전기차 제조 혁신 노하우를 가진 테슬라와 반도체 시장 전통 강자인 삼성의 제조 기술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 파운드리 기술력을 완성했다는 이미지 만으로도 시장의 신뢰도를 되찾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삼성과 테슬라의 협력이 대표적인 '윈-윈' 관계로 꼽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선 삼성과 테슬라의 이번 동맹이 엔비디아 1강 체제로 굳어진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를 재편할 가능성을 점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자율주행 AI 칩 개발을 넘어 로봇 개발까지 양사가 함께 나선다면 막대한 시너지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사의 협력 과정에서 발생할 리스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파운드리는 칩의 품질과 수율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보수적인 생산 원칙을 이어왔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 테슬라가 속도 중심을 외치며 의사결정 구조를 달리하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주도권을 쥔 고객사인 테슬라가 직접 생산과정에까지 참여도를 높이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가격 협상 등에서 지나치게 열위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고 머스크 CEO에 따르면 이 계약 규모가 향후 훨씬 더 커질 가능성까지 있지만 수익 측면으로만 보면 삼성이 얻을 이득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