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금융감독원에 진정서 제출"트러스톤 행태, 그린메일의 전형" 비판트러스톤, 이날 입장문 통해 반박내달 초 가처분 결과, 핵심변수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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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두고 태광산업과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수세에 놓였던 태광산업이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반격에 나선 것. 트러스톤도 재반박하면서 내달 초 법원의 가처분 결정 결과가 논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2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트러스톤을 조사해 달라면서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다.태광산업은 진정서에서 트러스톤의 행태를 ‘그린메일(Green mail)’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린메일은 주로 기업 사냥꾼들이 지분을 매집한 후 대주주를 압박해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것을 의미한다.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이 올해 2월과 3월, 주주서한을 통해 태광산업의 주요 자산을 매각해 주당 200만원에 18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트러스톤이 처음 주주서한을 보냈던 2월 3일 태광산업 주가는 62만1000원으로, 트러스톤이 요구한 공개매수 가격(200만원)은 시가의 3.2배에 달한다. 전날 종가 기준인 101만6000원과도 2배 가까운 금액이다.태광산업 측은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쳐 고가의 공개매수는 주가를 일시적으로 급등시킨 뒤 급락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시장질서 교란행위나 주가조작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와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트러스톤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또한 “2월 3일 기준, 트러스톤이 6만7669주를 보유했으며, 주가가 200만원까지 올랐다면 트러스톤 지분 평가액은 420억원에서 1353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면서 “트러스톤은 1000억원에 육박하는 자본 이득과 이에 따른 수백억원 규모의 성과 보수를 위해 범죄 행위를 종용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전량(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의했다.트러스톤은 이를 문제 삼았으며, 지난달 30일에는 태광산업의 EB 발행을 중지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냈다. 이에 태광산업은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날 때까지 EB 발행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트러스톤은 지난 18일 태광산업 지분 5.69% 중 2.73%를 OK캐피탈에 매각하며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공동 전선을 펼쳐 태광산업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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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러스톤도 29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트러스톤 홈페이지 캡쳐
이번 태광산업의 입장 발표와 트러스톤의 행위를 금융당국에 진정한 것은 그동안의 수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트러스톤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재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이 진정서에서 그린메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당사는 지난 3월 태광산업에 보낸 주주서한에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며, 공개매수 이전에 당사 보유 주식에 대해 어떠한 매매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명확히 전달했다”고 주장했다.단기 시세차익이나 부당한 이득을 노린 행위가 아니라 상장사의 건전한 지배구조와 소수주주권 보호에 충실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공개매수 가격에 대해서도 입장을 나타냈다.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이 200만원 공개매수 가격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지만 이는 당사가 산출한 공정가치였으며, 비상장주식 보충적 평가방식에 근거한 금액이라고 말했다.트러스톤은 “200만원은 태광산업의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 0.4배에 불과하며, 태광산업 측에 가격에 문제가 있다면 제3자를 통해 다시 가격을 산정했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양측의 갈등구도는 우선 법원의 가처분 결정 결과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은 지난 18일 가처분 심문을 진행했고 25일 심문을 종결했다. 가처분 결정 결과는 내달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가처분 결과는 태광산업의 신사업 추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이달 1일, 올해와 내년에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로드맵을 발표했다.주력 산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부문의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 개발 등 사업 구조를 재편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태광산업은 신사업 투자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번 EB 발행을 통해 조달되는 3186억원도 애경산업 인수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전에서 숏리스트에 포함된 가운데, EB 발행이 무산된다면 인수 행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