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팹리스 스타트업 활성화 및 수출 연계 전략' 보고서 발간韓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2% 불과 … 메모리 편중 구조 "특허는 많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 생태계 조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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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에 치우친 구조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0일 발표한 ‘팹리스 스타트업 활성화 및 수출 연계 전략’ 보고서에서 “AI 산업 성장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주요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해 미국(72%), 대만(8%)과 비교해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중에서도 메모리 비중이 62.2%에 달하며, 여전히 편중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팹리스 스타트업의 역할에 주목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인해 맞춤형 설계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팹리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600여 개의 팹리스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국내 기업들도 특허 보유율 측면에서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중 42.6%는 최소 1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이스라엘(68.8%)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작 전체 스타트업 중 95%가 아직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상용화나 수출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한계의 핵심 원인으로 취약한 산업 기반을 지적했다. 설계 중심의 무형자산 위주 사업 모델은 기업가치 평가가 어렵고, 자금조달이나 해외 진출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EDA 툴)나 설계자산(IP),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역시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자립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는 산업 기반 조성과 수출 지원을 병행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지원 예산 창구 단순화 및 팹리스 전용 펀드 쿼터 확보, ▲IP·EDA 툴 라이선스 지원, ▲기술가치 평가 자문 확대 등을 산업 기반 조성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수출 행정 부담 완화를 위해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요건 완화, ▲간접수출 인증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연계 체계를 강화해 제조 기반과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기술력은 갖췄지만 성장 발판이 부족한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신경망처리장치(NPU), 엣지 디바이스처럼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