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팀, 성별·위치 따른 발병 경로 차이 규명면역항암제 적용 위한 정밀 치료 기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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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여성 대장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오른쪽 대장에서 암이 시작되며 이 경우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회피하는 유전자가 강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성별과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암세포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규명하고 맞춤형 면역항암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근거를 30일 제시했다.

    김 교수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은 대장암 환자 378명의 대장 조직 샘플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여성 환자 중 우측 대장암(상행결장 등)에서 'NRF2' 유전자와 면역관문 단백질인 'PD-L1' 발현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NRF2는 세포 생존을 돕고 PD-L1은 면역세포의 공격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김나영 교수는 "우측 대장암은 암세포가 면역 환경을 회피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이 두드러진다"며 "이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염색체 불안정성이 주 원인인 좌측 대장암과는 전혀 다른 발병 경로"라고 설명했다.

    대장암은 국내 암 발병률 2위를 기록하는 대표적 암으로 남녀 모두에게 흔히 발생하지만 성별에 따라 특성이 뚜렷하게 갈린다. 여성은 우측 대장암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높고 조기 발견이 어려운 편평 톱니모양 선종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은 좌측 대장암이 많고 관상 선종에서 비교적 빠르게 시작된다.

    이번 연구는 기존 대장암 진단·치료가 위치나 병기 중심의 일률적 기준에 의존했던 점을 넘어 암세포의 유전자 작동 방식과 면역 반응을 반영한 정밀의료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PD-L1이 활성화된 여성 우측 대장암 환자는 3세대 면역항암제의 반응 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연구팀은 또 대장암 전반에서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COX-2'와 염증성 사이토카인 'IL-1β'가 암 진행 단계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해 염증-면역 반응의 상호작용이 대장암 진행의 핵심 요인임을 추가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최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