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發 위기에 … SK㈜ 자본확충 전면에투자전문 지주사 대신 지주회사 본연 역할 강화'따로 또 같이' 통합 리스크 관리에 가깝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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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자본확충에 구원투수로 나선다. 그간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까지 체결하며 리스크를 떠안은 것은 이례적이다. 투자전문 지주회사를 지향해온 SK㈜가 지주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따로 또 같이’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3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하고, 연말까지 총 8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급격히 늘어난 순차입금을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이 중 2조원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조달한다. 특히 SK㈜는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1조6000억원은 외부 금융기관과 PRS 계약을 통해 책임지기로 했다.PRS는 일정 기간 후 주가가 인수 가격보다 떨어질 경우, 그 손실을 계약 상대방이 보전해주는 파생상품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신주를 금융기관이 인수하고, 일정 기간 후 유상증자 참여 당시보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손실분을 SK㈜가 대신 부담한다. 즉, 지주사가 직접 시장 신뢰를 보증하는 구조다.SK㈜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미래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해 수익과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자본확충에 참여했다”며 “SK㈜ 핵심 자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결국 지주사 전체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시장에선 SK㈜가 그룹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정자로서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PRS 계약의 경우 주가 하락 시 SK㈜가 직접 손해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지주사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체결할 수 없는 계약이다.그러나 SK온의 투자 부담과 캐즘으로 인한 유동성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이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사업의 중장기적 성장성에 확신이 있는 만큼 지주사가 보증을 서 시장 신뢰 회복을 주도하는 그림이다.PRS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하는 경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전날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SK온의 수익성 극대화,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 기준으로 합병 법인의 IPO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매입으로 상장 의무가 해소됐다는 취지다.다만 PRS는 일반적으로 실물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아닌 투자 변동분에 대한 손실 보전 계약인만큼 금융기관이 의결권이나 경영권 영향력을 갖지 않는다. SK㈜가 SK온, SK엔무브 합병회사의 풋옵션이나 콜옵션 조항을 추가하는 경우 추후 IPO 시점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을 회수하거나 외부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기는 등의 유연한 지분 재조정이 가능해진다.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따로 또 같이’ 전략 아래 각 관계사에 자율 경영과 의사 결정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그룹 의사 결정과 사업구조를 바꿔왔다. SK㈜도 지주회사 본연의 역할인 계열사 지원보다는 ‘투자전문 지주회사’를 표방하며 투자로 수익을 내는 역할에 집중해왔다.그러나 리밸런싱을 겪으며 전통적 지주회사 기능을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말 SK㈜가 단행한 조직개편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SK㈜는 지주사로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실행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자회사의 운영 효율화(OI) 성과 창출을 지원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을 발굴하고자 지주회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PRS를 동반한 이번 자본 확충 참여도 그 실행의 일환인 셈이다. 최 회장이 강조해온 ‘따로 또 같이’ 전략 기조 역시 한층 더 통합 리스크 관리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재계 관계자는 “SK㈜가 단순히 투자자로 머무르지 않고, 그룹 차원의 리스크를 직접 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리 지주사 역할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며 “위기 때만큼은 ‘따로 또 같이’가 아니라, 지주사가 ‘함께 같이’ 책임지는 구조로 전략 기조가 변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