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력·시스템 없이 실시간 입력 강제, 행정 부담만 가중의협 "진료 가능성은 숫자로 단정 못 해 … 디펜시브 메디슨 부추겨"수용 불가 기준·면책 규정 없는 정보 공개 의무화는 역기능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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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과도한 규제와 행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이번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이 병상, 인력, 장비 등 운영 상황과 수용 능력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실시간 통보하고 이를 응급의료정보통신망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응급환자와 보호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다.의협은 31일 입장을 내고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시간 입력을 강제하고 위반 시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방식은 응급진료 역량 강화보다 형식적 책임 부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의협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응급의료기관은 병상 가동 현황, 배후 진료과 인력, 장비 운용 상태를 상시 확인하고 즉각 갱신할 전담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중소병원과 지방 의료기관은 인프라 자체가 열악해 입력의무가 실질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의협은 "현장의 진료 가능성은 단순 병상 수나 장비 보유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시시각각 바뀌는 중증환자 수, 전문 인력의 가용 여부, 장비 고장 여부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한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런 불확실성을 반영하지 않고 실시간 정보입력을 강제하면 오히려 디펜시브 메디슨(defensive medicine·방어 진료)을 부추기고, 의료진이 책임 회피 차원에서 정보를 소극적으로 입력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특히 의협은 개정안이 수용 불가 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진료 가능 여부를 정보화하고, 입력 착오나 지연에 대해 곧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처벌 조항을 앞세우기보다 정보 입력 시스템 고도화, 전담 인력 확보, 교육 및 예산 지원 등 행정·재정 기반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과거 보건복지부 소속이었던 응급의료정보센터(1339)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소방청으로 이관된 이후 현재는 구급대원이 적절한 병원을 찾아 일일이 문의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의협은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닌 판단과 조정을 맡는 통합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문제"라며 "먼저 수용 불가 사유에 대한 법적 기준과 면책 조항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 현장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실효적 정보 제공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