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대 '0% 성장'·2070년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경제 8단체 "입법·정책 기조 성장 역행 … 산업 생존 위협"상법 개정, 기업 의사결정 마비, 경영권 위축 우려 커져노란봉투법, 원하청 갈등 유발 … 생산차질·산업기반 붕괴"정부·국회·기업 원팀으로 꺼져가는 성장동력 되살려야"
-
- ▲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8단체 공동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연합뉴스
경제계가 우리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며 정부의 상법 및 노동조합법 2·3조(일명 노란봉투법) 개정 추진에 대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주요 업종별 단체와 학계는 정부의 잇따른 반(反)기업법 추진과 관련, 관세·중국 추격 등 외부 위협이 거센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액셀 대신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격이라 봤다.31일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가 공동 개최한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 “우리 경제 전망은 2040년대 0% 성장, 2070년대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으로 지금부터라도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하고 “그러나 최근 입법·정책 환경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특히 그는 최근 잇따라 추진되고 있는 상법·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박 부회장은 “관세협상이 타결이 돼 단기적으로 안도를 주지만 마음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라며 “상법과 노조법 입법을 서두르는 것은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할 전략적 선택지를 줄이고 기업의 경영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 확대하는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면서 “이런 가운데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대규모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우리 기업들의 성장 의욕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조법 개정안 역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시켜 상시 파업을 조장하는 등 노사관계 안정성과 산업경쟁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뒤이어 이어진 세미나에서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현 정부는 0.8% 성장이라는 금융위기 수준의 저성장 국면에서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인데 노란봉투법은 그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가 될 수 있다”며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는 우리나라 전체 사업 중 약 13%에만 노조가 존재하는 만큼 노란봉투법이 ‘국민을 위한 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노사관계 전체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법이 작동해야 하지만, 오히려 일부 조항이 전체 노동시장의 균형을 흔드는 방식으로 작용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가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조 교수는 “권리분쟁까지도 파업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게 돼 사실상 모든 쟁의 행위가 합법화되는 구조가 된다”면서 “원청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겠지만 하청노조는 독자 교섭권을 주장하고, 그 과정에서 노노 갈등이 발생하고 이후에는 노사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그는 “정부는 인공지능(AI)·자동화 등에 대대적 투자를 하며 장기성장률 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노동시장 제도는 반대로 경직성과 일률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노사 자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일률적인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산업 현실과도 맞지않는다”고 꼬집었다.토론에 참여한 산업계 관계자들도 앞다퉈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장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노조법 개정안 처리 시 산업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기술력과 생산 안정성을 기반으로 외국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했는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현회 전무도 “자동차산업은 부품업체 단 한 곳의 쟁의만으로도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추는 구조”라면서 “이번 개정으로 하청 노조의 파업이 원청의 생산 중단으로 직결되고, 미래차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과 투자 등 핵심적 경영 판단마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 피해와 생산 차질 초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이어 “파업이 원청 생산 중단으로 직결되며 이는 단순한 법 제도가 아닌 산업 존립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최대 시장인 미국의 관세 부과가 예정되어 있고, 중국의 추격도 거센 가운데 노사 협력을 통한 국내 생산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학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강원 세종대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대주주의 손발이 묶이고, 노란봉투법으로 노조는 노골적인 경영간섭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의 사익추구 방지를 넘어 소유경영자의 기업가정신까지 훼손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정상적 쟁의활동 보장을 넘어서 사익추구를 합법화하게 된다면 기업의 생산성은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민세진 동국대 교수도 “노조법 개정안은 현직 노동자에게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으나 기업의 고용 기피 현상과 ‘왜 한국에서 생산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키울 수 있다”면서 “경직된 고용환경이 하청 확대를 유도한 구조적 원인임에도, 그 결과만 규제로 억제하려 하면 추가적인 왜곡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새 정부가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국회·기업이 원팀이 되어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되살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업들이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