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컸던 파운드리, 테슬라 주문 계약으로 비전 확보2분기 반도체 실적 감소 주요인은 HBM 재고로 파악"先양산했는데…"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밀린 여파내년 승부처 'HBM4'지만 HBM3E 포기 못할정도로 중요성 여전
  •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건설 현장 모습 ⓒ삼성전자
    삼성 파운드리가 테슬라와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키며 실적 개선 신호탄을 쐈지만 제대로 된 반전을 이루려면 결국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시장 진입이 늦은 5세대 HBM인 'HBM3E' 사업을 지속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높이고 있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지난 2분기 메모리 사업에서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의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날 있었던 2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분기에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는 지난 2분기 27조 9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4000억 원에 그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이 밝힌대로 메모리 사업에서만 4000억 원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기록한데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은 현재 쌓아둔 재고 가격이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수준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만큼을 손실에 미리 반영하는 방식의 회계 처리를 의미한다. 삼성 메모리사업부가 이번 분기에 얼마 규모의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을 설정했는지는 특정되지 않지만 그만큼 쌓여있는 재고의 가격이 당초 대비 상당부분 하락했고 그 규모도 일정 수준 이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삼성은 이 메모리 재고 중 상당수가 HBM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은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분기에 발생한 메모리 사업 분야 일회성 비용에 대해 "고부가 메모리(HBM) 등의 재고 평가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시장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뒤늦게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5세대 HBM인 'HBM3E'의 선(先)양산 체제에 따른 재고가 지난 2분기에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HBM3E에서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대형 고객사와의 공급 계약이 완성되기 전에 PRA(내부 양산 승인)를 개시해 양산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HBM 재고가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주긴 했지만 시장에선 지난달 28일에 공개된 삼성 파운드리와 테슬라 간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으로 기대감을 거두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향후 8년 간 165억 달러(약 22조 7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불과 몇 시간 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SNS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가 계약한 당사자가 테슬라임이 밝혀졌다.

    머스크 CEO는 삼성과의 계약이 165억 달러 규모로 시작해 향후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지난 2년 간 최대 10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던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선 이번 계약으로 향후 8년 간 매해 3조 원에 가까운 매출이 담보된 셈인데다 이 계약을 기반으로 다른 고객사를 유치할 가능성까지 높아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적자일로였던 삼성 파운드리 본궤도를 찾아가고 있지만 삼성 반도체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선 현재 재고로 쌓인 HBM이 AI업계의 선택을 받아야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도 내부적으로 HBM이 AI로 전환된 메모리 투자 패러다임을 이끄는 강력한 수요라는 점에 동감하는 동시에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는데 더불어 이미 경쟁사들이 선점한 5세대 HBM인 HBM3E에 뒤늦게라도 핵심 고객사 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HBM3E는 AI 반도체 시장에 고용량 메모리 시장을 본격화한 핵심 제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주요 제품도 HBM3E다. AI 반도체 시장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도 주요 제품에 HBM3E를 탑재해 성능을 높이고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칩을 완성했다는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반도체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내년 AI 가속기 신제품에 차세대 HBM인 'HBM4' 탑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HBM3E가 이끄는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엔비디아 차세대 제품 외에 글로벌 빅테크들의 맞춤형 AI반도체 칩인 ASIC에 더불어 중국 AI 가속기 보급형 라인에도 HBM3E는 여전히 고성능 메모리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삼성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전날 2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도 HBM3E에 대한 고객사 검증 단계와 공급망 입성 전략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의지를 내비치며 HBM으로 메모리 사업에서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전략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 최적화 관점에서는 단기적으로 균형있는 제품 믹스 운영 전략 필요성이 커질 수 있지만 당사는 AI와 연관된 HBM의 중장기 수요 성장성 및 해당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HBM3E 수요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엔비디아의 HBM4 공급사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지난 상반기 미뤄진 삼성의 HBM3E 퀄테스트 결과와 이어진 공급망 입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와 시장의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결과에 따라 하반기 실적도 뚜렷한 개선세로 돌아설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