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관세 논의 테이블서 빠져 … 50% 현행 유지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서 처리 가능성↑ … 노사 갈등 우려내년 EU CBAM 시행 … 철강업계 감당 비용 수천억원 늘어정부 정책 시급 … 국회철강포럼 소속 의원 K-스틸법 발의
  • ▲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철강업계의 걱정이 태산이다.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핵심 산업군이 한미 관세 무역 협상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한데 이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설상가상으로 철강 기업의 경영 환경을 위협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까지 기다리고 있어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들은 앞선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 중 어떤 법안을 먼저 처리할지를 두고 이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란봉투법을 우선 처리하고 상법 개정안과 방송3법은 8월 임시국회로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1일 여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현재는 임금협상 결렬 등에만 파업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구조조정, 공장 해외 이전 등을 이유로도 파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철강업계를 비롯한 자동차·조선·건설업계 등은 노조법 개정안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시행될 경우,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노란봉투법이 본격 발의된 지난 2022년부터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산업현장의 파업과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청에서 파업을 하면 하청 중소기업은 작업과 납품이 중단되고 생산 라인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라며 "업계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본격 시행을 앞둔 CBAM도 골칫거리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CBAM은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징수하는 법안으로 국가 간 탄소 배출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내년부터는 기업들의 인증서 구매가 의무화된다. 

    CBAM 대상 품목은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와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한국은 이들 품목에서 철강이 9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CBAM 도입 후 국내 철강업계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내년부터 2034년까지 9년간 총 2조 64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연구원(KIET) 또한 CBAM 시행 시 한국의 EU 철강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핵심 소재 품목에 대해 기존 50%의 고율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 점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철강 수출이 사실상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철강산업에서 미국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철강 수출액 332억 9000만 달러(약 46조 원) 가운데 13.1%인 43억 4700만 달러가 미국으로 향했다. 

    철강업계에선 지원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수출 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중순께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철강 관세 문제가 재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상 과정에서 철강이 사실상 테이블에서 배제된 만큼 정상 간 회담에서라도 이 사안이 직접 거론되길 바라고 있다.

    한편 국회철강포럼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 법안)을 공동 발의하며 한국 철강업 살리기에 나섰다. 

    K-스틸법은 대통령이 직접 이끄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를 수립해 재정·세제지원을 비롯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골자이다.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등 야권까지 100여 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