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랜드코퍼레이션 보고서미국 포함 OECD 국가 33개국 약가 비교 분석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의 전문의약품 약가가 한국보다 약 4배, OECD 평균보다 약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의약품(오리지널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등 고가 치료제 중심으로 가격 격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로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랜드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전문의약품 약가는 OECD 32개국 평균보다 277.6%, 즉 약 2.7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분석은 2022년 기준 아이큐비아 MIDAS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을 포함한 33개국의 약가 수준과 사용량을 비교한 것이다.

    특히 브랜드의약품은 평균보다 422%, 미국 내 매출 상위 60개 품목은 504%, 바이오의약품은 359% 더 비쌌다. 반면 제네릭의약품의 경우 미국의 약가는 OECD 32개국 평균의 67% 수준으로 오히려 저렴하게 형성돼 있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일본에 비해 약 3.5배, 독일에 비해 2.9배, 프랑스에 비해 3.3배, 영국에 비해 2.7배 높은 약가를 기록했다. 튀르키예(터키)와의 격차는 1028%로, 미국의 약가가 10배 이상 비쌌다.

    한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미국의 약가는 한국보다 391.3%, 즉 3.91배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브랜드의약품이 702%, 매출 상위 60개 품목이 837%, 바이오의약품이 572% 더 비쌌다. 

    이를 기준으로 미국 약가 대비 한국의 약가는 브랜드의약품은 14.2%, 매출 상위 60개 품목은 11.9%, 바이오의약품은 17.5%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내 약가 인하 정책의 필요성과 명분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최혜국 약가' 제도 도입 등 해외 약가에 연동한 공공 약가 개혁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Medicare(메디케어) 프로그램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약가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미국 제약업계도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이 약가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며 미국 제약산업의 혁신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 정부들이 자국의 재정 절감을 이유로 미국산 신약의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면서 미국 환자들이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PhRMA는 특히 외국 정부가 미국 신약의 혁신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그 결과 미국 환자들이 글로벌 혁신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수출, 지식재산권 보호, 일자리,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달 중순 의약품 관세안 발표가 예고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약가 통제국가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수치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의약품 품목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 받은 상태다. 그럼에도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주요 기업들이 영향권에 있는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