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세 발목잡은 정부 세제 개편안 논란코스피 5000 역행하는 내용에 "또 속았다" 냉소 확산여당 지도부 진화에도 당내 공방 지속 1400만 주식 대중화 시대 걸맞은 정책 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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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탈출은 지능순.' 개미투자자들에게 불합리한 요소가 많은 국내 주식 투자를 때려치우고 하루라도 빨리 미국 주식 투자로 넘어가는 게 이득이란 뜻을 가진 자조 섞인 표현이다.지난해 뉴욕증시가 고공행진하는 와중에도 국내 증시는 유독 약세를 보이며 동학개미들의 박탈감을 높였다. 가뜩이나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상장사들의 올빼미 유상증자 공시, 배당 회피를 위한 자진 상장폐지 등 기괴한 상황이 잇따르자 유행처럼 번진 말이었다.최근엔 "역시나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었다"는 말이 나온다.올해 상반기 새 정부의 증시 부양정책 기대감에 국내 증시가 그야말로 잘나가는 장세를 이어가다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코스피 5000시대'를 주장했던 정부가 '부자 감세'를 복구한다는 논리로 최근 증시 관련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선 다시 자조 섞인 분노가 나오는 것이다.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 강화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후퇴 두 부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개편안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종목당 50억원 이상에서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다시 강화됐다. 이는 윤석열 정부 당시의 완화분을 그대로 복구하는 조치다. 통상 4분기 중반부터 대주주 양도세 회피성 물량이 출회되면서 시장 급락으로 이어져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마다 주가 폭락 공포에 떨었는데, 이를 되돌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도 안 되는 주식 10억원어치를 가지고 있다고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니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자산비중을 높여나가겠다'는 새 정부의 스탠스와도 맞지 않다는 비난이 쏟아진다.고배당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2000만원 이하는 14%,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3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시장이 예상했던 25%대보다 높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핵심 정책으로 거론됐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들과 당 지도부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 항의에 나서고 있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 국민 청원은 지난 5일 기준 불과 6일 만에 1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증시 활성화 대책보다 증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그러나 정작 정부·여당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개인투자자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개미 투자자들의 거센 반대 여론이 조성되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고,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는 공개적인 찬반 의견 표명을 자제시키면서 "대안을 만들겠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당내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당 지도부의 진화에도 지난 5일 대통령실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을 이유로 정책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주식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데 하루이틀 주가 변동폭만으로 정책을 다시 고려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기본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에도 대통령실은 "단순한 시장 급락에 대한 선후관계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외국계 IB는 앞다퉈 이번 세제 개편안과 관련한 우려를 쏟아냈지만 대통령실은 하루이틀 주가 변동폭이라고 축소하며 본질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이번 세제 개편안 논란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과정과 기시감이 든다. 결론적으로 폐지되긴 했지만 당시 다수당이자 야당인 민주당 내 의원들 간 입장차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이 흔들렸다.그때보다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조 섞인 실망감이 깊은 이유는 5천피 기대가 컸기 때문인 듯하다.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던 정부에 대한 배신감. 주식 투자는 더 이상 부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인투자자가 1400만명이 넘는 주식 대중화 시대, 5천피 달성에 걸맞은 정책 설계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