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팹 2나노 공정 기술 유출 정황 포착일본 장비업체 TEL 직원 9명 연루 … 中 아닌 日의 기술탈취로 업계 충격국가대항전으로 확전된 첨단 반도체 기술에 유출 위험도 커져인력 빼가기 방식의 기술 유출에 더해 협력사들에도 보안 강도 높여야
  • ▲ TSMC 로고 ⓒTSMC
    ▲ TSMC 로고 ⓒTSMC
    대만에서 TSMC의 2나노미터(nm) 공정 관련 핵심 기술이 유출되며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첨단기술 유출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한번 높아졌다. 앞서 중국업체들이 경쟁사 인력 영입을 통해 기술 유출을 시도했던 경험은 있지만 이번에 팹(Fab)에서 함께 일하는 장비업체 등 협력사들까지 기술 유출에 가담하면서 보안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의 대만 신주과학단지 내 바오산 공장(Fab20)'에서 2나노 공정 관련 핵심 자료가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관련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TSMC에서는 해당 팹과 가오슝에 위치한 연구개발(R&D)센터에서 근무하는 9명의 직원이 2나노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사진 촬영해 빼돌린 점을 적발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TSMC와 협력하는 일본 장비회사인 도쿄일렉트론(TEL) 대만 법인 소속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2나노 공정은 현재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 제조 기술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TSMC는 파운드리 독보적 세계 1위로, 그들의 2나노 공정은 경쟁사들과 초격차를 내는 핵심 기술로 손 꼽힌다. TSMC가 보유한 2나노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면 개발비만 수십조 원에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마저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 후발업체들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 포인트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 유출 시도가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경쟁국, 경쟁사의 기술 탈취마저 서슴지 않던 중국이 아니라 일본계 장비회사 소속 직원들이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핵심 기술을 보유한 독보적 국가였지만 경쟁력을 이어오지 못하고 최근 10~20년 사이엔 대부분 반도체 기업들이 망하거나 매각 수순을 밟았다.

    그러던 일본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과 제조 능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다시 반도체 산업 재건을 외치고 있던 중이라 의심은 더 짙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2년 정부 주도 아래 주요 대기업들이 출자해 '라피더스(Rapidus)'라는 반도체 기업을 출범했고 미국 IBM과 협력해 2나노 공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이번 TSMC 기술 탈취가 일본 라피더스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압도적 선두주자인 TSMC에 이어 삼성전자와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이어오고 있고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도 사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일본만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조바심이 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도 이번 사건의 충격파가 큰 분위기다. 대부분 반도체 팹에서 TEL의 장비를 사용하며 협력하고 있는데 이제는 장비사나 협력사들에도 더 강도 높은 보안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앞서 발생했던 반도체 기술 유출 사례들이 대부분 중국 측의 시도였고 방법도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영입해 기술을 복기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새로운 리스크를 알린 것으로 본다.

    국내 반도체 기술 탈취를 시도했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9년 삼성전자 차세대 공정 기술을 빼내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창립을 도왔던 사건이다. 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서 오랜 경력을 쌓고 임원까지 맡았던 사람으로 자신과 함께 일했던 직원들까지 경쟁사로 이직을 제안해 삼성의 공정 기술과 팹 설계도 등을 유출한 혐의로 적발됐다.

    지난 2021년엔 DB하이텍의 반도체 공정 기술과 설비 운영 전략 등을 중국 자본 벤처기업에 유출한 사건도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공정 기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레거시(구형) 공정에도 중국 측의 기술 탈취 시도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또 한번 경계령이 높아졌었다. 이 사건에서도 기술 탈취를 시도한 대상은 DB하이텍에 근무하다 이직한 전직 직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