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신경·종양 동시 식별' 영상기법 개발 … 외과 수술 판 바꾼다

종양 수술 중 신경 손상 위험을 실시간으로 줄일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국내 연구진 주도로 세계 최초 개발됐다. 

6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연구팀은 하버드의대 최학수 교수팀과 공동으로 '신경·종양 동시 식별이 가능한 이중채널 형광 영상기법'을 확립하고 동물 모델에서 전임상 효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기존 수술 현장에서는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로 인해 신경 위치 식별이 어려워 후두신경·음경신경·교감신경 등 주요 신경이 손상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발성 변화, 삼킴 장애, 감각저하, 성기능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외과의사의 숙련도와 환자의 회복 가능성 모두에 부담이 됐다.

이에 연구팀은 서로 다른 근적외선 파장에서 각각 반응하는 두 가지 형광 조영제를 활용해 종양과 신경을 색상으로 실시간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새롭게 개발한 신경 특이 조영제 'NTFP700'과 기존 종양 표적 조영제 'cRGD-ZW800-PEG'를 병행 활용, 각각 700nm에서 청색, 800nm에서 녹색 형광을 띠는 이중채널 영상기법을 구현했다.

해당 기술은 토끼 좌골신경 주위 종양 모델을 통해 실험되었으며, 종양과 신경이 명확히 구분돼 외과의가 절제 경계를 설정하고 신경 보존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형광카메라로 확인된 영상은 조직병리 결과와도 정확히 일치했다.

특히 이번 연구의 핵심은 '염색 거즈(dyed gauze)'라는 새로운 조영제 도포 방식이다. 조영제를 거즈에 흡착시켜 신경에 덮는 방식으로, 기존의 도포보다 염색이 일정하고 안정적이며, 경사 구조나 굴곡진 해부 부위에서도 신경 대비가 뚜렷하게 확보되는 강점이 있다. 외과의가 수술 중 직접 적용할 수 있어 높은 실용성도 입증됐다.

김현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외과 수술의 정밀성과 환자 안전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신경 손상이 환자의 삶의 질 전반을 위협하는 문제인 만큼, 이 기술이 향후 수술 표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하버드 의대 최학수 교수는 "이중채널 형광기법은 수술 중 종양과 신경을 실시간으로 분리 시각화할 수 있는 최초의 사례로 외과 수술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생명공학 분야 권위지인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2025년 8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