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환전 전성시대…'공항 명당', 전략적 가치 흔들공항 입점 고정비만 수천억원…'황금알' 아닌 '계륵' 전락트래블카드·디지털 환전 급성장 속 고전하는 전통 환전 점포업계 "공항 점포 전략, 시대에 역행…새 모델 없인 도태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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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외환 수요의 '전초기지'였던 은행들의 공항 점포가 디지털 환전의 부상 속에 옛 위상을 잃고 있다. 전통 환전 수요는 급감하고, 트래블카드와 앱 환전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막대한 임차료를 감당해온 은행들도 전략 수정에 직면하고 있다.◇"공항환전, 이젠 찬밥" … 트래블카드가 바꾼 외환 시장과거 여행객의 필수 코스였던 공항 환전소는 이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신용카드 카드플랫폼 카드고릴라가 2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해외 결제 수단으로 '트래블 특화카드'를 가장 선호한다는 응답이 53.3%로 집계됐다. 반면 전통적인 '환전' 방식은 11%에 그쳤다. 이는 수수료 없는 앱 기반 환전, 현지 즉시 사용 기능 등이 결합된 트래블카드 중심의 환전 패러다임이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대표 사례는 하나금융의 '트래블로그 카드'다. 출시 첫 해인 2022년부터 수수료 우대와 편의성으로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2024년 해외 체크카드 이용금액은 2조4932억원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4월 14일 기준 서비스가입자수는 800만명을 돌파했고, 누적환전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4조 5243억원으로 급성장 중이다.신한은행이 작년 2월에 출시한 'SOL 트래블 체크카드'는 출시 14개월 만에 200만장을 돌파했고, 발급계좌 수 역시 총 230만장을 넘어섰다. 누적 결제액은 3조3692억원을 기록하며 약진하고 있다.반면 국민은행의 2024년 해외 체크카드 결제 실적은 5001억원에 그쳐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임차료 해마다 709억원 … 무거운 짐된 '황금 사업권'국민은행은 지난 2023년 인천국제공항은행사업권 입찰에서 연 709억원이라는 압도적 금액을 제시해 1사업권을 따냈다. 이는 타 은행 대비 1.7배 가량 높은 수준으로, 2014년 이후 10년 만의 재입점이자 '명당' 자리에 대한 승부수였다. 우리은행(575억원), 하나은행(459억원)도 각각 2·3사업권을 확보했다.당시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과거 입찰 탈락에 대한 보상 심리와 상징성에 집착해 '과잉 베팅'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승리를 위해 과감한 금액을 써낸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입찰이었다"며 "결과적으로 단일 사업 기준 사상 최대 적자 구조가 됐다"고 평가했다.문제는 매년 임대료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증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 관계자는 "향후 수천억 원 규모의 누적 적자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며 "기존의 오프라인 환전 모델은 공항에선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
- ▲ 국민은행이 지난 2024년 1월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서 영업점과 환전소 문을 열고 개점식을 개최했다.ⓒ국민은행
◇점포에서 앱으로 … '변신' 요구받는 은행 영업전략기존 환전방식이 빠르게 사라지고 디지털 중심의 '비대면 외환' 수요가 늘면서 금융권에선 "더 이상 공항 점포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은행들은 앱 기반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트래블로그 카드 성공을 기반으로 키움증권, 하나증권과 연계한 공항 수령형 앱환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계열 및 외부 증권사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트래블카드·외화통장·당일환전 등 신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국민은행도 '달러찾기' 서비스 도입과 함께, 여섯시 은행 등 전국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한 '증권사 연계 환전 수령' 모델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트래블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상태다.한 은행 임원은 "공항 점포는 접근성과 상징성은 있지만 실질적 마케팅 효과는 거의 없다"며 "예전처럼 입점 자체가 고객 확보로 직결되지 않는 시대인데다 더는 임대료 수백억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이어 "은행들이 향후 공항 입찰에서 더는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성공의 기억에서 벗어나 트렌드 변화에 맞춘 새로운 퍼스트 무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