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호재에도 주가 박스권공매도 확대 … 주가하락에 배팅 최고가 경신 한화비전과 정반대성장세 둔화 전망 … 벅찬 시장 기대
  • ▲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TC본더 장비.ⓒ한미반도체
    ▲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TC본더 장비.ⓒ한미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핵심 장비인 열압착(TC) 본더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의 HBM향 패키징 공정에서 사실상 ‘단독 공급자’로 평가받던 한미반도체의 지위가 흔들리고, 한화세미텍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LG전자도 생산기술원을 통해 차세대 공정인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개발에 뛰어들었다. 본 시리즈는 HBM 시대, 패키징의 심장으로 떠오른 TC본더 시장의 현 상황을 조명하고 다음 세대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갖춰야 할 사안들을 톺아본다.

  • 올해 들어 한미반도체의 시장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호실적과 창사 이래 최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에도 불구, 주가와 시가총액은 연초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횡보하고 있다. 가장 큰 고객인 SK하이닉스가 TC본더를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사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다만 공급선 다변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호도 감지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전 거래일 9만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과 비교하면 4.14% 오른 수치지만, 올해 주가가 통상 8~9만원에서 횡보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뚜렷한 방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변동폭도 크다. 종가기준 올해 최저가인 5만9500원(4월 9일)과 최고가인 12만6100원(1월 22일)과 비교하면 차이는 6만6600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5조7485억원과 12조1830억원으로 6조원 넘게 차이난다.

    AI 본격화로 HBM 수요가 폭발하고, 핵심장비인 TC본더 납품으로 호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이라는 꾸준한 주주 친화 정책을 이행 중인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시장 불안의 신호는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한미반도체는 7일 기준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중 1위를 기록했다. 공매도 잔고 비율은 지난 3월 말 0.65%에서 지난 7일 6.13%로 약 10배나 증가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미리 파는 전략이다. 즉, 한미반도체의 주가가 앞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 늘었다는 뜻이다.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해오던 TC본더 시장의 경쟁 격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미반도체는 HBM 제조 장비인 TC본더를 제조하고 있다. TC본더는 HBM용 D램 칩을 여러 장 쌓아 붙일 때, 열과 압력으로 단단히 고정해 주는 장비다. 

    이 장비 덕분에 한미반도체는 ‘을의 반란’이라 불리며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등 외형을 불려왔다. 현재 한미반도체는 HBM3E TC본더 시장에서 전 세계 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분위기는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시장에 후발 경쟁자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단독 공급자가 지닌 이점이 희석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SK하이닉스에 올해부터 TC본더를 공급 중인 한화세미텍(모회사 한화비전)의 경우 최근 주식 시장에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사고 있다. 한미반도체와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올해 첫 거래일 종가기준 3만1550원이었던 한화비전의 주가는 전 거래일 5만6700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중간중간 등락이 있긴 했지만 추세적으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띄고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화비전의 실적에는 다른 사업도 영향을 미치지만, 시장은 한화세미텍의 진입을 성장 동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화비전 산업용장비(한화세미텍) 매출이 2분기에도 적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성장세에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갈릴 것이란 시각이 많다. 양사 모두 전년보다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화세미텍은 그동안 지연됐던 TC 본더 매출이 3분기부터 본격 반영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반면 한미반도체는 전년만큼의 고성장을 다시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한미반도체는 지난 2분기 매출액 1800억원, 영업이익 863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45.8% 늘고, 영업이익은 55.7% 늘어난 호실적이다. 다만 2024년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1.6%, 396%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둔화했다. 증권가의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와 비교해도 소폭 낮다. 

    TC본더 수요 확대라는 시장 상황과 호실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가 다른 결정적 이유가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편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