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 강화 시 수만명 과세 부담 … 유동성 축소 우려연말 과세 회피성 ‘매도 폭탄’ 공포도 … 증시 불확실성 확대투자자 반발 지속 … 한투연 “증시 활성화로 세수 보충해야”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펼쳐진 ‘허니문 랠리’ 속 자취를 감췄던 이 자조적 표현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가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으로 부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자본시장 활성화와 신뢰도 회복보다 증세에만 초점을 맞춘 이번 세제안에 ‘최악의 세제 개악안’이란 혹평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2025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세제안에는 ▲법인세 인상 ▲증권거래세 인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이 담겼지만, 핵심 쟁점은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입니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했습니다. 이는 전 정부 때 완화했던 기준을 다시 되돌리는 수준인데요.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기조를 정상화하고 세수를 확보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기재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직후 투자자들은 반발했습니다. 이번 세제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데요.

    현재 국내 증시에서 10억원 이상을 투자 중인 개미들은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유동성도 크게 줄어들어 가격 변동성 확대·시장 신뢰도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말 쏟아질 ‘매도 폭탄’에 대한 공포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일은 매년 12월 31일로 통상 연말이 되면 대주주들의 과세 회피성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데요.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강화할 시 이와 같은 매도 폭탄이 예년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이는 강화된 요건의 대주주들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심리적 위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1일 세제 개편안 발표만으로 3%대 약세를 나타냈고 코스닥은 4%나 급락했습니다. 이후 이들 양대 지수는 낙폭을 회복했지만, 박스권에 갇히면서 뚜렷한 상승세는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급락의 핵심 원인이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이라고 봤습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기준 하향은 과세 대상 확대와 함께 연말 매물 출회 우려를 키울 수 있다”며 “향후 가치주·배당주 주가 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정부를 향한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은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청원인은 “미장과 국장의 세금이 같다면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하냐”며 “연말마다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 코스피는 미국처럼 우상향할 수 없을 것이며 다시 예전처럼 박스피, 테마만 남는 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대주주 요건 강화가 아닌 증시 활성화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보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증시를 활성화하면 시중·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거래가 활발해져 거래세 증가는 명약관화할 것”이라며 “대주주 요건 하향은 증시 침체·연말 세금 회피 매도를 불러와 오히려 거래세 등 세수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