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산업전망은 보수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환경에 놓여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작과 동시에 몰아치는 변화로 업계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K바이오의 미래를 걱정하긴 이르다.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요인들이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통과가 불발된 생물보안법 입법을 재추진한다. 생물보안법은 중국의 제약바이오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된 법안이다.
당초 이 법안은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 업체 BGI그룹, CDMO(위탁개발생산) 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우시앱텍 등 5개 기업을 제한했다. 해당 기업의 지정 이유나 지정 해제에 대한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아 반대에 부딪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정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면서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생물보안법 시행에 따른 국내 CDMO 기업의 반사이익이다. 특히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매출 기준 글로벌 CDMO 2위 기업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매출의 47.4%가 북미에서 차지할만큼 비중이 크다.
수혜 기업으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순수 CDMO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수주경쟁력을 높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CDMO 역량을 갖춘 셀트리온, 에스티팜 등의 기업들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다만 유럽, 일본, 인도 등 글로벌 CDMO 기업들과의 경쟁은 과제다.
지금 K바이오에 최대 변수는 의약품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의약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가 최근에는 250%까지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다. 빠르면 이번주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과 조건 등 상세 내용이 나올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발언을 기반으로 의약품 관세가 본격 시행될 경우 2025~2026년엔 최대 관세율 15%에서 2027년 150%, 2028년엔 250%까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의약품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합의한 만큼 실질적인 관세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관세 영향권에 있는 기업으로는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꼽힌다. 두 곳 모두 준비는 되어있다. 미국에서의 직접 생산을 바탕으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겠단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생산시설 인수부터 운영까지 총 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본토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CMO(위탁생산) 제조시설을 확보했다. 현재는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를 캐나다에서 생산하고 패키징 완료 후 미국으로 수출했지만 관세가 본격 시행되면 현지에서 생산한다.
K바이오의 저력이 위기에서 더 진가를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