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회장, 2022년 취임 이후 연임…수익성-확장성 꾀한 2기 체제 돌입인도네시아·중국 법인, 상반기 흑자전환 및 40%대 성장률로 반등 신호러시아 258억원 손실, 독일 75% 수익 급감 유럽서 부진LA 지점 신규 개점…북미 리테일 본격화로 글로벌 실험 현재진행형
  • 한국 금융 산업의 무게중심이 국경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지정학 리스크 속에서도 4대 은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북미 등지에서 뚜렷한 성적표를 내기 시작했다. 이자 장사에 기대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현지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영토를 넓혀나가는 중이다. 이제 해외 시장의 성적표는 단순한 '부가 수익'이 아니라 '성과'와 '지속 가능성'이 새로운 잣대가 됐다. 글로벌 뱅크로 진화 중인 K-금융의 현주소와 향후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 함영주 회자 ⓒ하나금융
    ▲ 함영주 회자 ⓒ하나금융
    2022년 3월. 코로나 후유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해, 함영주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금융의 변곡점을 맞이한 시기에 그는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을 기치로 내걸며 그룹을 진두지휘해왔다. 

    함 회장은 이후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확장을 병행하며 견조한 수익성과 조직 안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기 때 빛나는 리더십을 입증한 그는 2025년 상반기 연임과 함께 2기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함 회장은 올해 '하나금융의 1등 DNA로 글로벌 공략'이라는 목표 아래 글로벌 확장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 인도네시아·중국에서의 'V자 반등'… 유럽 시장에서는 고전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외환시장 구조개선의 성공적인 정착과 발전에 앞장서겠다."

    올 상반기 하나은행의 글로벌 실적은 함 회장의 글로벌 구상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법인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났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고전이 지속됐다.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5년 1분기 14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대비 43% 이상 성장했다. 중국 법인도 103억 1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디지털 소매금융, 중소기업 금융 등 ‘현지 밀착형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러시아 법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현지 금융제재 강화 영향으로 1분기에만 25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독일 법인 역시 전년 대비 75.1%가 감소한 11억88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를 모두 합산한 하나은행의 1분기 해외 법인 당기손이익은 126억 99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70% 감소했다.
  • ▲ ⓒ하나금융
    ▲ ⓒ하나금융
    ◆ 단기 성과 아닌 '체질 변화'에 방점

    하나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수익 비중은 전체 순이익의 약 15% 수준으로 신한은행(19% 이상)의 뒤를 잇는다. 글로벌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것이 함 회장 2기의 첫 번째 전략 과제로 꼽히는 대목이다. 내부에서도 "이제는 글로벌도 결과로 말해야 할 때"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함 회장의 글로벌 전략은 '단기 성과보다 체질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 아시아 신흥시장에선 지속 성장 기반 마련, 북미에선 디지털 기반 소매금융 실험 가속, 유럽에선 위험관리 및 리스크 분산 전략 정비를 추진 중이다. 하나금융은 2025년 전체 순이익의 4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는 것을 중기 목표로 삼고 있다.

    ◆ 함영주의 뚝심, LA로 향하다

    성공과 위기가 공존하는 상황에서도 함 회장의 '글로벌 체질 전환'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하나은행장 시절부터 고위험 자산 정리, 비효율 법인 통폐합 등 해외사업의 실패와 회복을 모두 경험한 바 있다. 함 회장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한 점유율 확대가 아니라 '수익 구조의 전환'이라는 구조적인 목표로 실현됐다.

    이에 하나은행은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신규 지점을 개설하며 북미 리테일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17년 만에 하나금융이 북미 시장에 물리적 채널을 확장하는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신규 개설된 LA 지점은 특히 모기지, 소호대출, 커머셜 부동산 대출 등을 중심으로 한 실수요 기반 리테일 확대 전략의 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약 57만 명)를 공략하는 움직임으로, 금융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하나은행 캐나다 법인은 기존 7개의 지점을 기반으로 리테일 부동산 대출을 주력으로 이번 시스템(체계), 인원 등을 정비해 기업·IB신디론까지 영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함 회장 2기 체제에서는 글로벌 성과를 본격적으로 수확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하나금융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승부수로 이어질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