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하반기 TC본더 대규모 신규 발주 없을수도"수율·생산성 개선으로 기대 이상 물량 생산일각선 "HBM3E·HBM4 본더 큰 차이 없어"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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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반도체 듀얼 TC본더 장비.ⓒ한미반도체
하반기 열압착 본딩장비(TC본더) 신규 발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력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 회사의 경우 발주 공백으로 인해 단기 실적의 변동성이 커지고 기업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SK하이닉스가 TC본더 추가 발주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규 발주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물량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조만간 SK하이닉스가 하반기 TC본더 신규 발주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폭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고자 생산능력(케파)을 확대하고 있어 올해 총 60~80대의 TC본더를 사들일 것이란 추정이었다.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상반기 SK하이닉스로부터 30대 안팎의 장비를 수주했다. 수주액 기준으로 보면 한미반도체가 428억원, 한화세미텍이 805억원이다. 추정치를 놓고 계산할 경우 하반기 신규 물량은 대략 30~40대 수준으로 점쳐졌다.특히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가 기존 계획대비 증가할 것”이라며 “대부분 HBM 생산을 위한 장기 투자분”이라 언급해 자연스레 TC본더 추가 발주를 점치는 시각이 늘었다.그러나 실제 분위기는 다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핵심 배경으로는 SK하이닉스의 후공정(패키징) 수율 및 생산성 개선이 꼽힌다.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본격 폭증하는 고객 수요에 따라 HBM 장비의 긴급 투자를 확대하는 등으로 대응해왔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수율과 품질을 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투자를 확대해왔다.고유의 최적 검증방법론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상 품질을 높이기 위해 검증 단계를 늘리면 수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최적의 검증 수위를 찾아 고객이 만족하는 품질 수준을 지키면서도 수율이 보장되는 절차를 마련했다. 첨단 D램과 패키징 부문의 기술력, 양산 과정에서 쌓은 경험이 있어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동시에 AI와 스마트팩토리 등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생산성 향상작업에 집중했다. 실제 지난 4월 SK하이닉스는 뉴스룸을 통해 AI와 DT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HBM 생산성을 31% 향상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해 안정화를 거듭하면서 기존 장비만으로도 당초 계획했던 것 이상의 HBM을 뽑아낼 수 있게 될 여지가 커진 셈이다.아울러 SK하이닉스가 올해 투자 확대 기조를 밝혔지만 해당 투자가 후공정(패키징)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 단언하기도 어렵다. 통상 설비투자는 전·후공정과 인프라 전반에 걸쳐 배분되며, 기간 중 생산 목표치에 따라 투자 집행처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발주·납품 공시가 확인되기 전까지 장비별 수요를 분리해 예단하기 힘든 국면인 셈이다.실제 키움증권이 최근 낸 ‘HBM 2026년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4공장 증설과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생산성 향상·수율 개선을 통해 내년 4분기 말 HBM 생산능력(웨이퍼 투입량 기준)을 월 21만장으로, SK하이닉스는 M15X 전공정 설비투자로 월 20만5000장, 마이크론은 8만장까지 생산능력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TC본더의 경우 전공정이 아닌 후공정 과정에 포함되는 만큼, ‘설비투자의 확대=TC본더 발주 확대’로 단언하기 힘들다는 말이다.일각에서 제기되는 HBM3E용 TC본더와 차세대 HBM4용 TC본더 간 하드웨어 차이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신규 발주 물량 감소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업계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HBM3E(12단)용 TC본더와 HBM4용 TC본더 간 하드웨어 차이가 크지 않다. 기존 장비의 시스템·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상당 부분 기존 제품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이들 주장이 사실인 경우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굳이 설치 기간이 소요되고 램프업 손실 등의 부담을 갖는 설비 교체가 아닌 업그레이드나 개조를 검토하는 게 여러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다. 즉, SK하이닉스가 하반기 HBM4 양산에 나서더라도 대규모 신규 TC본더를 발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현장 분위기는 전편에서 다뤘던 고객사 편중 리스크로 이어진다. 핵심 고객사의 하반기 TC본더 추가 발주가 제한될 경우, 신규 수주로 공백을 빠르게 메우지 못하면 분기 실적의 기복이 커질 수 있다.일례로 업계 1위인 한미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의 발주 공백이 길어질수록 매출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한미반도체의 SK하이닉스 향으로 추정되는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53.6%를 차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