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2억 달러 보조금 확약받은 삼성·SK에 불똥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카드로 내밀었을 가능성외교적 협상 카드라지만… 추가 유인책 없이는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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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각 사의 지분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음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반도체 보조금을 주제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지난 19일(미국시간)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이하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모든 반도체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지분 확보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이는 미국 정부가 최근 인텔에 투자해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해당 아이디어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100억 달러를 인텔에 투입해 지분 10%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발언도 이어졌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19일(미국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왜 1000억 달러 가치의 기업에게 반도체 보조금을 줘야 하나. 미국 납세자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나"라며 "이에 대한 트럼프의 답변은 우리 돈에 대한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러트닉 장관은 정부가 인텔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이것이 경영 개입의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런 방식을 자국 기업인 인텔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커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불똥이 튀었다.현재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확약받은 칩스법 보조금 규모는 47억 5000만 달러(약 6조 6177억 원)다. SK하이닉스는 4억 5800만 달러(약 6381억 원)가 예정됐다.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받으면 지분 1.5% 가량을 미국에 넘겨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0.3% 지분을 넘겨야 한다.이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한 돈이 삼성과 SK의 유상증자 개념으로 적용된다는 식인데, 업계와 시장에선 이 같은 방식이 유례없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낮은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무엇보다 현재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근거가 되는 칩스법 상에서 보조금에 대한 지분 취득 관련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1차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칩스법의 기본 취지 자체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 주권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에 전제를 두고 투자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및 세제 혜택 등이 명시돼있다. 여기에 지분 취득 등의 내용이 추가되려면 미국 의회를 거치는 등 행정 처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런 과정을 염두에 두더라도 애초에 미국의 외교나 무역관계에 있어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에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한국이나 대만 같은 반도체 산업 전략 국가들에게 추가적인 당근책 없이 지분을 요구할 명분은 없어보인다.우리 정부도 이 같은 미국의 생각을 전혀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대가로 기업의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면서 "해당 기업들도 전혀 모르고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다음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정부가 내놓는 협상 카드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한미 정상은 다음주 25일(미국시간) 미국에서 회담이 예정돼있는데 여기서 반도체 보조금을 포함한 경제 안보 및 산업 협력이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될 전망이다. 여기서 미국이 한국 기업들로부터 추가 투자안 등 유리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선제적으로 과도한 제안을 흘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다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보조금에 따른 지분 확보 구상안을 돌발적으로 꺼내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해당 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추가적인 대미투자나 안보 관련한 돌발 요구에 한국 기업들이 엮일 가능성까지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