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발열 잡는 하이브리드 본딩HBM4 20단 부터 본더 병행 채택 전망한미반도체, 2029년 → 2027년 말로 앞당겨한화세미텍·LG전자 생산기술원, 2028년 상용화"기존 시장 아닌 새로운 시장 … 주도권 역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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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반도체가 지난 6월 30일 공개한 HBM TC 본더 로드맵.ⓒ한미반도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장 경쟁의 막이 오르면서 반도체 장비업계의 차세대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도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고대역폭·저전력 메모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쌓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하이브리드 본더’는 시장의 룰을 바꾸는 제품이 될 전망이다.2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HBM4 16단까지는 기본 열압착(TC) 본더가, 20단 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더가 필요할 것이라 점치는 시각이 많다. 이후 7세대 HBM4E나 HBM5 등부터는 완전한 공정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하이브리드 본더는 기존 TC본더와 달리 D램과 D램 사이에 돌기(범프)를 생략함으로써 HBM을 더 얇게 만들 수 있는 장비다. 구리 배선과 유전체를 직접 연결해 면적을 줄이고 전송속도도 높일 수 있다. HBM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쌓아올리는 D램 갯수가 늘어나고 있어 20단 높이의 HBM부터는 필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대형 메모리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 검토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개화와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당분간 HBM 수요 또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설비 투자액을 늘리면서, HBM 수요도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연간 HBM 매출액은 올해 198억 달러(한화 약27조7081억원)에서 2028년 316억 달러(44조 221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D램 시장에서 13.6%였던 HBM 매출 비중 또한 2028년 30.6%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단순 계산으로 연평균 16~17% 성장세가 이어지는 셈이다.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 격화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건은 ‘누가 얼마나 빨리 차세대 장비를 개발하는가’와 ‘얼마나 안정적으로 양산 레퍼런스를 쌓는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기존 시장 1위인 한미반도체의 경우 HBM7부터 본격 하이브리드 본더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장비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2028년 HBM6용 플럭스리스 본더를, 2029년 HBM7용 하이브리드 본더를 출시할 계획이다. 플럭스리스 본더는 기술적으로 기존 TC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더 사이에 위치한 장비로 보면 된다.지난 4월 16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HBM4의 표준규격을 720마이크로미터(μm) 보다 두꺼운 775μm로 완화하면서, 기존 TC본더 공정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그러나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HBM6용 하이브리드 본더를 2027년 말 출시하겠다고 일정을 앞당겼다.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경쟁사들이 대놓은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일 대비 늦다는 시장 안팎의 평가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올해 상반기 SK하이닉스 공급망에 신규 진입한 한화세미텍은 올해 하반기 2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고객사 퀄테스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착수를 발표한 LG전자 또한 생산기술원을 통해 양산 목표를 2028년으로 제시했다. 즉 올해 개발에 착수한 후 2027~2028년 샘플링·검증을 거쳐 2028년 상용화를 해내겠다는 구상이다.해외까지 경쟁사를 확대하는 경우 하이브리드 본더 상용화 시기는 더욱 당겨질 수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 베시(BESI)의 경우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손잡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개발 중인데, 업계서 가장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고객사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국내 메모리사들의 경우 빠른 공정 전환, A/S, 반도체 국산화, 기술유출 우려 등의 이유로 국내 제조사들 위주로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국내 제조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인재충원 등에 나서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하이브리드 본더 공장건설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충원하겠다 밝혔다. 한화세미텍과 LG전자 또한 그룹사 역량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시장에서는 TC본더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으로 봐야한다고 제언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이후에는 기존 TCB 방식의 공정차이가 사라져 새로운 기술 경쟁이 새롭게 시작될 것으로 본다”면서 “제품 생산이 늦어져 상용화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시장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 경우 점유율 역전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미국 증권사 골드만삭스도 “한미반도체의 장기적 문제는 TC본더에서 하이브리드 본더로의 전환”이라며 “2027년 이후부터 BESI를 포함한 6개 경쟁사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시장에 진출할 것이며, 이는 한미반도체에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