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공급망 불안에 장기적 대응 차원대한항공, 2027년 통합항공사 출범 대비양국 경제 협력과 관세 협상 등을 겨냥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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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스테파니 포프(Stephanie Pope)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최고 경영자,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7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내놨다. 보잉 항공기 103대와 예비엔진, 장기 정비 서비스 계약을 포함한 이번 투자는 항공기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는 동시에 양국 간 경제 협력과 관세 협상 등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보잉 항공기 구매를 압박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는 외교적 함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대한항공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윌러드 호텔에서 보잉사 및 GE에어로스페이스와 각각 항공기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이 자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CEO, 러셀 스톡스 GE에어로스페이스 상용기 엔진·서비스 부문 사장 겸 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투자 규모는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약 362억 달러(50조5000억원), 예비엔진 19대 구매 6억9000만 달러(1조원), 20년간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 130억 달러(18조2000억원) 등 총 70조원에 달한다.구매 기종은 ▲B777-9 20대 ▲B787-10 25대 ▲B737-10 50대 ▲B777-8F 화물기 8대다.대한항공은 2030년까지 해당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대한항공은 이번 대규모 투자로 보잉 B777·787·737, 에어버스 A350·A321neo 등 5종으로 기단을 단순화한다. 기재 단순화와 고효율 항공기 도입을 통해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고객 만족도를 제고한다는 전략이다.대한항공 측은 "안정적 공급 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엔진 부문에서도 안정적 운영을 위한 투자가 이뤄졌다. 대한항공은 GE에어로스페이스와 CFM사에서 각각 11대분, 8대분의 예비 엔진을 확보했으며, 향후 20년간 항공기 28대에 대한 정비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는 항공기 안전 운항과 운영 효율성 확보를 위한 장기적 대비책으로 풀이된다.이번 투자는 항공기 공급망 차질에 따른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들의 납품 지연이 이어지면서 주요 항공사들이 앞다퉈 기재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대한항공도 장기적 성장과 통합항공사 출범을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아울러 한·미 항공산업 협력 강화라는 의미도 크다. 대한항공은 보잉뿐 아니라 프랫앤휘트니, GE, 허니웰 등 미국 항공산업 기업들과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를 운영하며 양국 간 항공 수요 확대에 기여해왔다.대한항공은 2027년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기단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인데 기단 현대화 사업에 보잉 항공기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대한항공 측은 "항공기 도입은 항공사의 성장 및 수익 창출에 필수적 요소로 적시에 항공기를 도입하지 못하면 향후 사업 전략에 심대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팬데믹 이후 항공기 공급망 문제로 적시에 항공기를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은 항공기 주문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