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자산 활용해 기업가치 극대화 포석상반기 매출 1조8495억·영업익 2280억… 수익성 둔화안정적 현금흐름 기반 … 투자자 재평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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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 영원무역이 정관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한다. 제조업 본업에서 벗어나 부동산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보유 자산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친화 행보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10월 1일 서울 중구 본사 신관 2층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안건은 감사보고와 정관 일부 개정의 건으로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들을 잘 활용해야 기업 가치가 올라가고 그 가치 창출이 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공시된 내용 외 구체적 사업 계획은 밝히기 어렵지만 정관 변경의 의미 그대로 이해해 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관 변경을 단순한 신사업 진출이 아니라 자산가치 극대화와 주주친화 전략의 일환으로 본다. 보유 자산의 가치 현실화다. 지금까지 장부가치로만 평가되던 본사 및 계열사의 토지·건물을 개발·재건축·임대 등으로 사업화하면 시장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원무역이 보유한 투자부동산 장부가액은 올 상반기 기준 280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투자부동산 관련 자본적 지출 약정도 5억3400만원 규모로 집계됐다. 단순 보유가 아니라 꾸준히 투자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대보증금은 약 160억원, 리스부채는 1300억원을 웃돌아 이미 일정 수준의 임대·리스 수익 구조도 운영되고 있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경기와 환율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의류 OEM·ODM 사업과 달리 부동산 수익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영원무역의 연결 매출은 1조84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80억원으로 4%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703억원으로 3% 감소해 수익성이 둔화됐다. 이런 부동산 수익을 통해 확보된 현금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의 재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재평가 요인도 있다. 제조업 단일 포트폴리오보다 다각화된 자산 기반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자들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영원무역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영원무역의 정관 변경은 단순히 새로운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절차를 넘어 패션 제조업을 넘어선 자산 기반 성장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의미"라며 "그룹 차원의 주주환원 강화 흐름과 맞물리며 투자자들은 영원무역을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도 최근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처음으로 중간배당(주당 700원, 총 297억원)을 실시하고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설정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와 이익을 직접 나누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