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BYD 주도권↑… K-배터리 인재 영입 집중배터리 3사 올해 상반기 총 1조5000억 투입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 기대
  •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LG에너지솔루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LG에너지솔루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도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급 인재 영입을 통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혁신 기술로 뒤집힌 시장 패권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9월 8일까지 자동차전지·소형전지·ESS 등 R&D 부문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삼성SDI도 내달 3일까지 하반기 신입 채용에서 배터리 양산성과 품질 향상을 담당할 기술 직군을 선발한다. SK온은 현재 별도 채용은 진행하지 않지만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3사는 부진한 실적에도 올해 상반기 총 1조5000억 원을 연구개발비에 투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6204억 원을 투자하며 매출 대비 비중을 5.2%까지 끌어올렸고, 삼성SDI는 7044억 원으로 11.1%를 기록했다. 지난해 7.8%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누적 적자가 3조 원에 달하는 SK온도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1480억 원을 투입했다.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배경은 중국에 넘어간 글로벌 시장 패권을 되찾기 위해서다. 최근 4년간 중국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과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성장한 반면, 국내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CATL의 글로벌 점유율은 37.9%로,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 16.5%를 크게 웃돌았다. 2위 BYD(17.8%)에도 못 미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1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중국 배터리사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져도 기술력은 앞섰지만, 현재는 기술 격차도 벌어졌다”며 “각형 LFP 배터리처럼 가격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한 기술은 중국이 선점했고, 한국은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제 각형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RE+ 2025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K-배터리사 모두 현지 공장을 보유한 주력 유럽 시장에서도 CATL은 헝가리에 연간 100GWh 규모 공장을 신설 중이다. 연내 완공되면 중형 전기차 약 150만 대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CATL은 지난 5월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약 7조4000억 원을 해외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R&D)에 투입할 계획이다. 세계 1위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CATL은 지난 1월 한국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진출했다. 아직 국내 시장은 K-배터리의 텃밭이지만, CATL이 가격과 기술력을 앞세우면 점유율 방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이 국내 ESS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ATL의 배터리는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 레이 EV 등에 탑재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판 IRA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정부는 올해 말까지 연구용역을 마친 뒤 제도 설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