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 항응고제 단약 시나리오 뇌졸중 발생률 차이 없고 출혈 위험 최대 87.5% 낮춰JAMA 게재 … 새 가이드라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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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방세동 환자가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뒤 경구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해도 뇌졸중 위험은 커지지 않고 출혈 위험은 오히려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김대훈 교수 연구팀은 심방세동 환자가 시술 후 재발이 없는 경우 장기간 복용하던 경구 항응고제를 끊으면 뇌졸중이나 중요 장기 출혈 발생 위험성이 최대 87.5% 낮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됐으며, 국제 의학 학술지 자마(JAMA, IF 55.0) 최신호에 실렸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으로 혈액이 고이면서 혈전(피떡)이 잘 생기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시술 전후로 뇌졸중 예방을 위해 경구 항응고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항응고제는 혈액 응고를 막아 뇌출혈, 위장관 출혈 같은 중대한 출혈 위험을 높이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술 후 단약 여부를 둘러싸고는 학계 논란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2020년 7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국내 18개 병원에서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 840명을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은 약을 계속 복용한 A군(423명)과 중단한 B군(417명)으로 나뉘었다.

    24개월 후 비교 결과 뇌졸중·주요 출혈 등 복합 사건 발생률은 B군 0.3%(1명), A군 2.2%(8명)로 나타났다. 특히 중대한 출혈은 A군에서만 5명(1.4%) 발생했고, B군에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김대훈 교수는 "경구 항응고제를 계속 복용하면 내부 출혈 위험이 커지게 마련인데 약을 끊으면서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보영 교수는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심방세동이 재발하지 않으면 혈전 발생 위험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라인 때문에 불필요하게 항응고제를 계속 복용해 왔다"며 "이번 연구는 단약이 오히려 환자 안전에 이롭다는 것을 보여줬고 향후 새로운 가이드라인 마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지원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주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일환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