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자이언트 병풀 전용 스마트팜 … 100억 투입해 품질·신뢰도 확보마다가스카르 닮은 제주 환경+용암해수, 독창적 원료 경쟁력 강화45일 주기 수확 연 12톤 이상 생산 … K뷰티 해외 거점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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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리자 제주시 구좌읍 들판에 흰색 온실이 눈에 들어온다. 리만팜이라 불리는 이곳은 리만코리아가 세계 최초로 자이언트 병풀 재배에 특화해 세운 스마트팜이다. 총 부지규모 1만4846㎡로 지난해 3월 착공해 올해 3월 완공됐다.

    3일 방문한 리만팜의 내부는 밝고 개방적인 온실 분위기로 마치 감성카페를 연상케 했다. ETFE(초극박막불소수지필름)로 된 천창 너머로 햇빛이 쏟아지고 섬진강 모래가 깔린 배드 위로 자이언트 병풀이 잎을 활짝 펼치고 있었다.

    리만코리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자동제어 시스템은 온도를 25도 안팎, 습도를 70~80%로 유지한다. 여기에 열선과 자동 수위 조절 장치가 더해져 계절에 관계없이 병풀이 안정적으로 자라며 해충과 잡초 피해도 줄어 온실 안은 무농약 재배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태희 에스크베이스 대표는 "현재 적용 중인 재배기술은 충북농업기술원의 특허 기술로 기술사용권을 체결해 도입했다"며 "약 100억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단순한 원료 조달지를 넘어 균일한 품질 확보와 해외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적 인프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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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만코리아가 스마트팜 입지를 제주로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병풀 주산지인 마다가스카르는 연평균 25도, 평균 습도 75%라는 조건을 갖췄다. 국내에서는 제주가 가장 유사한 환경이다. 육지보다 기온·습도의 편차가 적어 병풀이 사계절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마다가스카르와 가장 비슷한 조건을 갖춘 곳이 제주였고 병풀이 사계절 자랄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스마트팜 입지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만팜은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재배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제주 화산 암반층 속에서 40만 년간 축적된 이 물은 미네랄이 풍부해 안전성과 청정성, 기능성을 두루 갖춘 최적의 원료로 꼽힌다. 천연 필터 역할을 하는 현무암층을 수십만 년에 걸쳐 서서히 통과하며 중금속과 유해물질은 자연스럽게 걸러지고 풍부한 미네랄만 남은 깨끗한 수자원으로 완성된다.

    이 대표는 "용암해수 속 미네랄이 일반 수자원과 달리 병풀 성분에 긍정적 차이를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며 "향후 신품종 발굴과 연구를 이어가 화장품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용암해수 기반 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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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언트 병풀은 기존 병풀보다 잎과 줄기가 2~3배 크고 총 폴리페놀 함량은 81%, 플라보노이드는 40% 많다. 콜라겐 생성과 히알루론산 합성 역시 크게 증가해 항산화·항염·피부 재생 효능이 입증됐다.

    2019년 신품종으로 출원해 2022년 품종보호 등록을 마쳤고 리만코리아는 2042년까지 독점 사용 권리를 확보했다. 현재는 리브랜딩한 ICD(구 인셀덤) 대표 제품 더마톨로지 기초 3종의 주 원료로 쓰이고 있다.

    김정환 에스크베이스 병풀연구소 차장은 "자이언트 병풀은 일반 병풀보다 크기와 성분 함량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며 "연구 결과 재배 45일 차일 때 유효 성분과 품질이 가장 뛰어나 병해충 발생 위험도 적었다. 현재는 이 주기에 맞춰 수확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64개 배드가 설치돼 있으며 8개 단위로 수확할 때마다 300~500㎏을 생산한다. 45일 주기로 수확해 연간 12톤 이상을 공급한다.

    리만코리아는 기술적 성과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ESG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무농약 재배 인증, 친환경 에너지 활용, 지역 고용 창출 등으로 제주 청정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 모델을 구축했다.

    이 스마트팜은 단순한 생산 공간을 넘어 리만코리아가 친환경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상징적 기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단 한 번의 사용만으로도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리만코리아만의 강력한 원료인 병풀에 주목했다"며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고 출시 3년 만에 업계 1위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성과 지표가 아니라 제품력과 가치가 시장에서 검증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외에서 120여 종의 병풀을 수집·분석한 끝에 가장 뛰어난 효능을 지닌 품종을 선택했다"며 "자이언트 병풀은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K뷰티를 대표할 혁신 소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