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두 차례 지분 투자라이다·4D 레이더 기술 확보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 겨냥영업익 3년 연속 감소에도 투자 계속
  • ▲ LG이노텍 평택사업장.ⓒLG이노텍
    ▲ LG이노텍 평택사업장.ⓒLG이노텍
    LG이노텍이 하반기 연이어 지분 투자에 나서며 차세대 기술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애플향 의존도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자율주행·모빌리티·로봇 등 미래 먹거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4D 이미징 레이더 기업인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4.9%를 확보하게 됐다. 주당 7326원으로 신주 80만7770주에 약 59억원을 투입했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독자적인 안테나 설계, 레이더 소프트웨어, AI 기반 객체 인식 등 4D 이미징 레이더 관련 핵심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4D 이미징 레이더는 기존 3D 레이더와 달리 높이 정보까지 감지해 물체를 더욱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으며, 악천후 속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LG이노텍은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미국의 라이다(LiDAR) 전문 기업 아에바(Aeva)와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분 6%도 인수하기로 했다. 아에바는 주파수 변조 연속파(FMCW) 기반 4D 라이다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업체로, 다임러 트럭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장거리 사물 센싱 기능이 강점으로 꼽히며 자율주행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LG이노텍은 매출의 대부분을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에서 거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 매출은 6조902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7.4%에 달했다. 전년 동기(76.7%)보다 비중이 높아졌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심화됐다는 점은 리스크로 지적돼왔다.

    그 결과 LG이노텍은 전장과 반도체 기판 사업 등을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이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회사가 과감히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2022년에만 해도 1조2718억원이었던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은 2023년 8308억원, 지난해 7060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세다.  

    LG이노텍의 공격적 행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월에는 대만 렌즈 전문기업 AOE 옵트로닉스 지분 5%를 확보했다. AOE는 비구면 유리렌즈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용 고해상도 카메라 모듈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LG이노텍은 모바일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축적한 광학 기술을 차량과 확장현실(XR) 등 신규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현지에 ‘LG Innotek Fund II LLC’라는 벤처 투자 전용 법인을 설립, 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플랫폼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단기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미래 성장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애플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자율주행, 로봇 등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선제적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