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료 앞둔 바이오의약품 90% 후속 개발 전무가격 인하 압박에 시장 위축 … 유럽서만 약 24조 절감 기회 증발 우려규제 완화·지나친 약가 인하 압박 등 시장 구조 개선 필요"바이오시밀러는 신약 혁신 이어주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
  • ▲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 전경. ⓒ삼성바이오에피스
    ▲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 전경.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 보다 저렴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나친 가격 인하 압박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의약품의 약 90%에 대해 바이오시밀러가 개발·출시되지 않는 '바이오시밀러 공백'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공백'이라는 개념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공백은 향후 독점권이 사라지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가 전혀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가 시장 보고서를 통해 처음 언급했다. 

    이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높은 개발 비용과 낮은 수익성 탓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중도 포기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블록버스터급인 대형 바이오의약품을 제외하고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리언 울렛 삼성바이오에피스 규제전략정책 상무는 "앞으로 3~7년 안에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의약품의 90%에 대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이어갈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애덤 레비손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 사업전략 총괄은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일부 정부 정책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대로라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위태롭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바이오시밀러는 지난 10년간 유럽에서 누적 560억유로(한화 약 90조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냈으며 환자들의 바이오의약품 치료제 접근성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지나친 가격 압박과 규제 관련 비효율성은 기업들의 시장 진입 의지를 꺾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기술평가(HTA) 절차를 단순화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출시 초기 공정한 가격 규칙을 마련해 지나친 가격 압박을 방지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광범위한 의약품 비용 절감 정책에서 특수성을 고려해 바이오시밀러를 예외로 둘 것을 주문했다. 

    또한 입찰 제도를 개편해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제대로 반영하고, 고품질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장려하는 동시에 이해관계자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질리언 울렛 상무는 "바이오시밀러는 단순한 복제약이 아니라 혁신 신약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가 만들어낸 비용 절감이 새로운 혁신 의약품 개발로 이어지는데 이 구조가 무너진다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망도 녹록지 않다. 향후 10년간 특허 만료가 예정된 118개 바이오의약품 중 대부분이 바이오시밀러 경쟁 없이 시장에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경우 유럽에서만 2032년까지 150억 유로(약 24조원)의 비용 절감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됐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가격이 인하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돼야 오리지널 가격도 인하가 되고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게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