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육박하는데 … 美 주식 '사자'국장 투심은 위축 … 국내 증시 거래대금 급감정부 정책 혼선에 신뢰 추락 … "일관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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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tGPT 생성.
대주주 양도세 과세 확대 등 정책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사이 주식 투자 대기자금이 미국 등 해외로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미래 환손실을 볼 위험이 높아졌음에도 국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액은 1335억6621만달러(약 185조9642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1121억181만달러(약 156조569억원) 수준이었던 보관액은 8개월 만에 30조원 가량 불어났다.전체 해외주식(유럽·미국·일본·홍콩·중국 등) 보관액도 25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3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액은 1963억7744만달러(약 273조3966억원)이다. 지난해 말 1587억1537만달러(약 220조9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0조원 넘게 증가했다.지난 7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서학개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6월 1350.0원까지 내렸던 환율은 이달 4일 1392.5원까지 3.15% 상승했다. 환율이 오른 상태에서 미국 주식을 매수할 경우 추후 환율이 내렸을 때 환 손실을 볼 수 있다. 이에 달러가 고공행진 하는 시기에는 보통 미국 주식 매수세도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서학개미는 7월부터 미국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9월4일까지 미국 주식만 19억1509만달러(약 2조667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5월과 6월 각각 13억1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 2억3000만 달러(약 3226억원) 가량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서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수익도 크게 늘었다. 자본총계 기준 상위 10개 대형 증권사의 지난 2분기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합산 수익은 총 4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953억원)과 비교해 60% 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 1분기(3817억원)과 비교해도 약 1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가 8543억원에 달한 만큼, 이같은 추세라면 해외주식 거래 관련 서비스로 증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국내증시에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이달 4일 기준 65조459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는 7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는데, 순환매 장세가 계속되자 투자자들이 거래 자체를 줄이면서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급격히 감소했다. 최근 한달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226조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119조원으로, 국내 증시 양대 시장 거래대금은 총 345억원 규모였다. 지난 7월 1일~8월 1일의 454조원보다 25% 넘게 줄어든 수치다.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엔 이재명 정부의 증시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있다.이재명 정부가 지난 6월 출범과 동시에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하며 상법 개정안 통과 등 증시 부양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자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열기가 고조됐다. 이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조1998억원을 기록했고, 6월 25일에는 19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하지만 정부는 불쑥 증세 정책을 꺼내 들었다. 단계적으로 인하해 온 증권거래세율을 조세 형평성이라는 명분으로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또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조건과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여기에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에 대한 논의가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은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고 있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한 달째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정부의 정책 혼선이 계속되자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내증시가 횡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제개편이 증시 전체 펀더멘털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증시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 자체는 과도하다"면서도 "국민주권 정부의 시장 친화적 기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실망감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정부와 여당의 잇단 상법개정안 강행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선례나 변화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상법 개정안을 의식한 듯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사례들이 등장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거버넌스 개선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이달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증시 하단을 견조하게 만들 전망"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