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기업의 해운회사 인수, 이해충돌 논란포스코 물류업 추진 때마다 '철회 요청' 거세포스코 해운 물동량 10%… 정부 허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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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M 컨테이너션. ⓒHMM
포스코그룹이 HMM 인수를 저울질하고 나선 가운데 해운업계 반발이 최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초대형 화주인 포스코는 과거에도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기존 해운사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포스코의 HMM 인수가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이차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고강도 구조개편을 진행 중으로 신사업 후보군으로 해운을 낙점,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검토 중이다.현재 포스코의 인수 참여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인수 시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저울질하는 단계다. 그러나 포스코가 인수를 결정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우선 한국산업은행이 입찰 절차 등을 건너뛰고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순 없다. 국책은행 성격상 자산을 매각할 경우 국가계약법 원칙을 준용하는 것이 관행으로,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경영권 매각이 진행될 예정으로 포스코가 최종 인수후보자가 되리란 보장이 없다.화주 기업이 해운사를 인수하는 경우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화주사가 해운사를 인수하면, 자사에 특혜 운임을 제공하고 경쟁사에는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 소지가 있으며, 운임 시장에도 왜곡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특히 기존 해운사들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과거에도 포스코는 수차례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해운업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은 1983년 해운업 진출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 7년 뒤인 1990년 포항제철 대주상선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같은 해 사명을 거양해운으로 바꾸고 해운업을 영위하다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원가절감을 할 수 없었고 대량화주에 대한 규제가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해운업계의 거센 반발로 철회했다.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지분 20%를 확보할 때도 업계에선 ‘우회 인수 시도’라며 항의했다. 2020년에는 물류 자회사 설립을 추진했으나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선주협회 등 조직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포스코는 국내 해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이다. 철광석·석탄 수입과 철강재 수출 등 연간 물동량이 수천만톤에 달한다. 포스코의 주력 화물은 대부분 대형 벌크선 운송이어서 컨테이너 선박 위주인 HMM과 직접 겹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대형 화주가 직접 선사를 소유하면 운임 협상과 화물 배정에서 구조적 불공정이 생겨 시장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 주장이다.해운업계의 동의 없인 포스코의 HMM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려면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해운법 24조 7항은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등의 대량 화주가 해상화물운송사업을 등록하려면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HMM을 인수해 제대로 경영할 만한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해운업계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MM은 앞서 하림그룹과의 매각이 무산된 이후 1년 넘게 민영화 논의가 답보상태였다. 하림과의 매각 논의 당시 12조원 가량이던 HMM의 시가총액은 현재 23조로 더 불어 새 주인 찾기도 더욱 어려워졌다.한편 포스코가 HMM 인수를 공식화하는 경우 산은의 보유 지분만 인수하는 방향으로 딜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총 기준 산은의 보유 지분 가치는 7조원 가량으로, 포스코의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연결기준)은 7조4000억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 예금상품 및 단기금융상품 등 기타금융자산도 14조원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