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기능 분리로 정책 동력·업무 효율성 저하 우려감총리실 산하 예산처 신설로 대통령 직접 개입 여지 커져
  • ▲ 김민석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김민석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된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재경부와 예산처를 합쳐 기재부로 통합한 지 18년 만의 변화다.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에 큰 폭의 변화로 경제정책 수립과 운영 전반에 걸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기재부 개편안도 포함됐는데 거론돼 왔던 내용들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직개편 방안에 따르면 기재부는 재경부와 예산처로 분리된다. 재경부는 경제정책 총괄·조정, 세제, 국고(결산 포함) 기능 등을 수행하고 경제부총리는 재경부 장관이 겸임한다. 

    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조직으로 예산편성, 재정정책·관리, 미래사회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등을 담당한다. 기재부의 예산 편성과 재정정책, 관리기능이 국무총리 소속 예산처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초대 장관 하마평에는 임기근 현 기재부 2차관,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예산 라인 출신 관료들이 오르내린다. 안 의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을 지낸바 있다.  

    기재부가 담당하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재경부의 소속기관으로 두고, 독립성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기능 강화한다. 공운위원장은 재경부 장관과 민간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공운위 상임위원(고위가급)을 신설한다. 기존 기재부 공공정책국이 공운위의 사무국이 된다. 

    실제 기재부가 분리되는 시기는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일정을 고려해 내년 1월 2일로 정했다. 

    현 기재부의 뿌리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탄생한 재무부와 기획처로, 그동안 기재부는 통합과 분리를 반복해 온 전례가 있다. 

    이후 기획처가 부흥부를 거쳐 1961년 경제기획원으로 신설됐다. 김영삼 정부 시기인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해 재정경제원이 설립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재정경제원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위원회, 예산청으로 쪼개졌다. 

    이듬해 기획예산위와 예산청을 통합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획예산처를 신설했다. 이 같은 재경부, 예산처 체제가 줄곧 이어지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재경부와 예산처를 통합해 기재부를 신설하고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금융위로 옮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재부가 정부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 출범과 함께 기재부 개편을 예고했다. 

    기재부 개편도 기재부에 집중된 기능과 권한을 분산·재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정부도 이번 개편이 권한 분산으로 예산 편성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정책 집행의 균형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재경부가 예산처에 예산편성권을 내주면서 정책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달 경제성장 전략에서 임기 내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대부분 막대한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예산편성권이 사라지면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과 정책 기능 분리로 업무 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예산처가 예산 기능을 갖되 재경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으면서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 큰 우려는 예산 결정권이 대통령실로 집중될 가능성이다. 예산처가 국무총리 산하로 이동하면서 대통령실의 직접 개입 여지가 커진 가운데,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견제와 균형 장치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무총리 산하로 재편된 예산처가 대통령 뜻과 상충되는 결정을 내리며 제동을 거는 일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