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단협 잠정 합의… 1968년 창사 후 무파업사내하청 갈등은 '뇌관'… 법정 다툼 15년 장기화노란봉투법 통과에 하청노조 목소리 더 커질 듯"사용자 방어권 입법해 노사관계 균형 맞춰야"
  • ▲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포스코 사내하청 광양지회·포항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견법 위반 범죄행위를 방조하지 말고 신속히 판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포스코 사내하청 광양지회·포항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견법 위반 범죄행위를 방조하지 말고 신속히 판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 노사가 최근 2025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잠정 합의하며 ‘57년 무분규’ 사업장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포스코 하청지회와의 갈등은 진행형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통과와 함께 하청노조 리스크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대표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이달 5일 본사에서 임단협을 진행한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오는 13일 조합원 총회에 ‘2025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상정해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임단협은 타결된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기본임금 11만원 인상을 비롯해 철강 경쟁력 강화 공헌금 250만원, 우리사주 취득 지원금 400만원, 지역사랑 상품권 50만원 등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생산성 인센티브(PI) 제도를 신설하고, 입사 시기에 따라 다르게 운영된 임금체계를 일원화하며 작업장 안전 강화를 위한 작업중지권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사가 예년보다 많은 안건을 다뤘음에도 신속히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5월 1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10여차례 교섭을 진행해 단체협약에서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였지만, 임금성 요구안을 놓고는 이견을 보여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파업이 일어난 적이 없는 무분규 사업장이다. 작년과 재작년 임단협이 결렬돼 노조가 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는 등 파업 문턱까지 갔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추가 교섭을 통해 파업은 피했다. 올해는 작년(12월)과 재작년(11월)보다 더 빨리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며 57년 무분규 전통을 잇게 됐다.

    포스코는 원청노조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 중인 반면 사내하청지회와는 오랜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스코가 사내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이 불법으로,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사내하청포항지회에 따르면 포항지회와 광양지회는 지난 2011년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시작, 15년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1~2차)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며 제철업계 최초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 소송 이후 하청지회 소속 포스코 하청직원들은 근로자지위확인 추가 소송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법원은 3~4차 소송에 대해서도 하청노조 손을 들어줬지만, 포스코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5~7차 소송은 하청노조가 1심에서 승소해 2심이 진행 중이며, 8~9차 소송은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지난달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포스코는 2건의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 사내하청노동자 중 소송에 참여하여 판결로 확정된 자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그 빈자리를 또 다시 하청노동자로 채워서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법원에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노란봉투법 통과와 함께 포스코 하청노조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노란봉투법은 지난 9일 공포돼 내년 3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에는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경영계는 법안 내용이 모호해 산업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적인 하청구조 산업에서 원청이 수십, 수백 개 하청노조와 교섭할 시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소모가 불가피한 가운데 잇단 공장 가동 중단 등 생산차질에 따른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해 이를 두고 향후 노사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대체근로 허용 등 주요 선진국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용자의 방어권도 입법해 노사 관계 균형을 맞춰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