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간 코스피 20.79% 급등 … 문민 정부 이후 최고치코스피 5000 공약 기대감에 美발 훈풍·AI주 급등 맞물려취임 초 반짝 올랐지만 횡보 이어지며 전고점 못 뚫어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는 줄줄이 신고가 성장률 제고, 기업 실적 뒷받침돼야 증시 지속 성장 가능노란봉투법, 법인세 인상, 美 관세 불확실성 등 곳곳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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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간 20% 넘게 급등하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새 정부가 ‘자본시장 혁신·코스피 5000 달성’을 국정과제로 내 건 가운데 미국발 금리인하 기대감 등 예상치 못한 호재가 겹친 덕분이다.다만 취임 직후 급격한 상승 이후 대주주 양도세 논란 등 정책 헛발질로 횡보장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자금이 해외 증시로 빠져나간 점을 뼈아픈 대목이다. 이 때문에 코스피가 여전히 전고점을 뚫지 못하는 사이 주요국 증시는 최근 일제히 신고점을 경신했다.시장에서는 코스피 5000이라는 구호만으로 지속적인 증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경기 활성화와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4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2698.97에서 3260.05로 20.79% 상승했다. 이는 지난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고치다. 직전 1위는 김영삼 전 대통령(12.98%)이었다. 이 뒤는 ▲이명박 전 대통령(7.88%) ▲고 노무현 전 대통령(3.89%) ▲문재인 전 대통령(3.01%) ▲박근혜 전 대통령(-1.46%) ▲윤석열 전 대통령(-2.96%) ▲고 김대중 전 대통령(-38.53%) 순이다.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수익률은 11.42%로 역대 2위다. 1위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당시 벤처 육성 정책에 따른 투자 붐이 일어나면서 18.51%나 급등했다. 이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7.95%) ▲박근혜 전 대통령(6.28%) ▲문재인 전 대통령(-0.2%) ▲이명박 전 대통령(-1.45%) ▲윤석열 전 대통령(-3.03%) 순으로 나타났다.투자 주체별로 살펴보면 국내 증시 양대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9조3208억원, 2조6339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9조14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거래량은 955억6334만주, 거래대금은 1259조9186억원으로 집계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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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세계 주요국들의 주가지수 대비로도 높은 성과를 거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 기간 7.51%(4만2519.64→4만5711.34) 상승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9.08%(5970.37→6512.61), 12.79%(1만9398.96→2만1879.49)씩 올랐다.또한 중국 증시 상해 종합지수(13.25%)·CSI300 지수(15.17%), 홍콩증시 항셍지수(10.32%), 대만증시 가권 지수(17.65%) 등 범중화권 증시와 일본증시 니케이225 지수(16.06%), 브라질증시 보베스파지수(2.96%), 독일증시 DAX지수(1.55%), 영국 런던증시 FTSE100지수(5.18%), 인도증시 센섹스지수(0.45%) 등을 모두 웃돌았다.이 같은 코스피 강세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언해왔으며 취임 직후에는 한국거래소를 방문했다.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안)에는 ‘자본시장 혁신’과 ‘코스피 5000 도약’이 담기기도 했다.이런 정책 기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점차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AI발 미국 증시 훈풍이 코스피를 밀어올렸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와 내수 부양 정책 기대감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외국인 수급 모멘텀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취임 초라는 특성상 정책 기대감도 있었겠지만 미국 증시가 신고가를 뚫는 등 미국발 훈풍이 코스피 상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박스권에 갇히기 시작했다. 특히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자격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정부의 법인세 인상,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 법안도 주각를 주춤거리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실제 코스피 지수가 지난 8월 한 달 동안 3100대~3200대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전고점 앞에서 우왕좌와하는 사이 뉴욕증시 3대 지수와 일본, 대만, 중국 등 주요국들의 증시는 금리인하 기대감·AI(인공지능) 훈풍 등에 힘입어 줄줄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이 대통령이 약속한 ‘코스피 5000 도약’ 현실화를 위해서는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과 국내 경제성장률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4월부터 글로벌 교역량이 줄기 시작해 코스피 기업의 올해와 내년 순이익 추정치는 각각 203조원, 238조원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경제는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관세 부과 영향도 본격화되면서 성장 하방 압력이 크다”며 “2025년 성장률은 0.9%에 그쳐 잠재성장률(2.0%)을 크게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그는 “주식은 결국 이익에 수렴한다”며 “최근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익 추정치가 하향됐고 기업 배당 성향 개선·자사주 매입과 소각 의무화 등 세법 개정에 대한 기대도 낮아져 상단이 얕아졌다”고 부연했다.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특히 집중 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소액 주주의 권익을 지키는 것을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외국인 자금의 장기 유입을 위해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측면에서의 투자 친화적 환경 조성도 필요하며 공매도 제도 손질과 금융투자소득세 보완 등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정책적 지원이 보편화되는 추세인데, 한국 정부도 이에 발 맞춘다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며 “배당소득세 최대세율을 25%까지 하향한다는 논의가 된다면 본격적인 글로벌 대비 디스카운트 해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