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300 산업재’ 지수, 한 달간 5.91% 상승 … 조선주 전반 강세한미 조선 협력 기대감 높아 … “美 선박, 한국 조선소서 건조할 것”‘북극항로 개척’ 국정과제 … 산업부·해수부, 지원 예산 대폭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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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업 관련주들이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미 조선 산업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의 지원 정책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300 산업재’ 지수는 최근 한 달(8월 11일~9월 11일) 동안 5.91% 상승했다. 이는 코스피(4.18%)·코스닥(3.15%) 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조선주들이 포함된 또 다른 산업지수인 ‘KRX 기계장비’ 지수는 이 기간 3.23% 올랐다.

    주요 종목별로 살펴보면 범 조선용 철강 공급사이자 자회사 대선조선을 통해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분야 진출 가능성이 부각된 동일스틸럭스는 197% 급등하며 전체 2867개 종목 중 1위를 기록했고 HJ중공업도 138.04%나 뛰어 3위에 올랐다. 이 밖에 ▲HD한국조선해양(15.89%) ▲삼성중공업(15.68%) ▲HD현대중공업(10.83%) ▲HD현대미포(4.52%) 등이 동반 상승했다. 반면 대한조선(-13.03%)과 한화오션(-4.33%) 등은 약세를 보였다.

    또한 조선주들의 훈풍은 기자재·엔진 관련주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세진중공업은 84.45% 올랐으며 ▲STX엔진(62.07%) ▲에스엔시스(62%) ▲현대힘스(37.78%) ▲SK오션플랜트(36.94%) ▲조선선재(24.40%) 등도 상승세를 시현했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조선 관련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레버리지’는 이 기간 28.84% 상승했고 ▲SOL 조선TOP3플러스(14.31%) ▲삼성자산운용 ‘KODEX 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14.23%)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Fn조선해운(13.64%)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조선TOP10(13.24%)’ 등도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조선주 강세의 배경에는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1500억달러 규모 조선 협력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도 마스가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HD현대는 25일(현지 시각) 서버러스 캐피탈·한국산업은행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미국 조선업 ▲해양 물류 인프라 ▲첨단 해양 기술 등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을 재건·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비거 마린 그룹과 전략적 MOU를 체결해 조선·해양 분야 첨단 기술력, 운영 노하우, 최적화된 설비 등을 기반으로 미 해군·해상수송사령부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시장에서도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대감을 높였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스가의 가치는 미국 조선업의 상선 수주 사이클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간다는 데 있다”며 “고립된 환경에서 전 세계 신조 사이클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미국 조선업에 공급과 수요 모두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미국 조선사 향 상선 신조 시장은 연간 75척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 수요 대부분을 한국 조선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에서도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안)에는 ‘북극항로 시대 주도 K-해양 강국 건설’이 담겼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중소 조선 함정 MRO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 사업’에 내년 예산 중 50억원을 신규 배정하기로 했으며 ‘중소 조선·기자재 미국 진출 지원 사업’에는 7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선은 북극항로 운항을 위한 쇄빙선 기술개발과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자율 운항 선박·선박 블럭 생산 등 기술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며 “우리 기업들의 대미 협력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한-미 조선 협력 지원 사업도 신규 편성했다. 이를 통해 미국에 협력 센터를 마련해 현지 수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에 필요한 자격·인증 획득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해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 5499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해운선사의 쇄빙선, 내빙선 등 극지항해 선박 건조를 지원하고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등 북극 진출을 위한 기술개발 예산은 79억원에서 677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북극항로 이용 시 아시아-유럽 운항 거리를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 대비 약 30%, 운항일 수 기준으로는 약 10일 단축할 수 있는데,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도 미국(걸프만)-아시아 항로에서 거리·시간 운하 통행료와 운임 절감에 도움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이 쇄빙선대·항만 인프라 확보, 운항 가능일 수 확대를 통해 북서항로(NWP)를 충분한 상업적 루트로 개발한다면 글로벌 선주들의 ‘쇄빙등급(Ice-Class) 선박’ 발주 수요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동맹국들과 북극항로 개척 협력 과정에서 필요한 극지연구선·쇄빙선 등의 국내외 향 특수목적선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쇄빙LNG선(Arc7) 건조 경험이 있는 한화오션과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함께 쇄빙LNG선·쇄빙셔틀탱커건조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던(러시아 국제 제재 이후 중단) 삼성중공업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펀드 조성 협상이 난항인 데다 최근 미국 이민국 비자 발급 이슈 등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 업종과 기자재 업종은 한미 3500억 달러 투자 펀드 조성 협상 교착·이민국 비자 발급 이슈 등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