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트러스톤 가처분 기각으로 3천억 EB 발행 재개쿠쿠, 자사주 6.5% 활용해 900억 운영자금 확보국회 11월 정기국회서 상법개정안 논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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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전경 ⓒ뉴데일리
상법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잇따라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서고 있다. 규제 시행 전 자사주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최근 법원이 태광산업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E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약 3000억 원 규모의 EB 발행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EB는 기업이 자사주나 보유주식을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는 정해진 기간이 지난 뒤에 해당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태광은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만기 3년, 표면 및 만기 이자율 0% 조건으로 발행한다. 자금은 운영 안정성 제고와 신규 투자에 투입될 전망이다. 가처분 기각으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EB발행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특히 이번 가처분신청을 두고 상법개정으로 이사의 책임 범위가 일반 주주까지 확대된 상황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 시장에 관심이 집중됐다. 트러스톤 측은 교환사채 발행이 순자산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진행돼 저가 발행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으나 태광 측은 교환가액은 거래소 시가에 10% 할증해 저가발행이 아니라고 맞섰다.법원은 태광이 현재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며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가 아닌,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조달이라는 점을 반영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실제 태광산업은 최근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에 이어 애경산업까지 모두 인수하면서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호텔·생활용품·뷰티로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까지 거머쥘 경우, 올해 추진한 3건의 기업인수합병(M&A)을 모두 품게 된다.이외에도 기업들은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쿠쿠홀딩스는 지난달 약 900억원 규모 EB 발행을 공시했다. 교환 대상은 보유 자사주 231만여 주(보유 지분의 6.5%)로 교환가액은 주당 3만9050원 수준이다. 발행 만기는 2030년 9월 22일이며, 표면이자율은 0%다. 쿠쿠는 이번 자금이 운영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9월 중에만 하림지주, 일진홀딩스 등 15개 상장사가 총 3353억원 규모의 EB발행을 결정했다.국회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줄줄이 발의되자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을 우회해 EB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재 3차 상법개정안 논의는 내달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뒤 11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짙다. 여당의 법안 처리 의지가 강한 만큼 연내에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안은 취득 즉시 소각, 같은당 김남근 의원안은 1년 이내 소각,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안은 6개월 이내 소각을 규정하는 등 소각 기한과 유예기간에서 차이가 있어 병합 심사가 유력하다.특히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까지 소각 의무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일부 법안에는 기존 보유 자사주에도 소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소급 적용에 따른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업계에서는 자사주 활용을 둘러싼 기업과 투자자 간 시각차가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EB 발행을 통한 무이자·저비용 자금 조달의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투자자들은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대신 자금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환원 정책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한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그대로 통과되면 기업들이 보유한 전략적 수단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며 "투자 재원 마련에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게 되면 기업 경영의 유연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