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내년 온라인 직판제… 혼다·볼보 앞서 도입프로모션 사라지고 가격 단일화… 사실상 인상 효과딜러사 위축 불가피… 제조사 수익성·재고관리 유리
  • ▲ 혼다코리아 온라인 판매 페이지. ⓒ혼다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 혼다코리아 온라인 판매 페이지. ⓒ혼다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수입차 업계에 직판제 도입과 '원 프라이스(One Price·정찰제)' 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혼다코리아, 볼보코리아 등이 선제적으로 직판제를 이미 도입한 데 이어 벤츠코리아도 정가 판매 체제로 전환할 계획을 세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찰제 도입을 놓고 소비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할인 관행이 사라지면서 실질적인 차량 구매 비용이 오히려 상승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이러한 정찰제 흐름이 마진율을 높이려는 판매사의 전략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내년 4월경 차량 가격을 결정해 온·오프라인에서 직접 판매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을 내년 도입할 예정이다. '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라는 차세대 유통 전략으로, 정찰제 도입과 온라인 판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oF가 시행되면 벤츠코리아가 딜러사 대신 차량 재고를 관리하고, 최종 판매 가격을 결정한다. 소비자는 원하는 차량을 온·오프라인 중 원하는 곳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벤츠는 앞서 지난해 영국과 터키,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등에 RoF를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 ▲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 ⓒ벤츠코리아
    ▲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 ⓒ벤츠코리아
    이같은 온라인 직판제 및 가격 정찰제를 도입한 곳은 볼보, 혼다, 푸조 등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2023년 '혼다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이며 가격정찰제도 함께 도입했다. 시승신청, 견적산출, 계약 및 결제 등 구매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100%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올해 4월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안심 가격 보장제'를 내걸었다. 볼보, 폴스타 등도 온라인 판매를 통해 가격 정찰제를 운영, 오프라인 매장 간 프로모션 경쟁을 없애고 있다.

    온라인 직판제 및 가격 정찰제를 도입하면 제조사가 딜러사 대신 차량 재고를 관리하고, 최종 판매 가격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수입차 입장에선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는 원하는 차량을 온·오프라인 중 원하는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업계 일부에선 차량 정찰제를 도입하면 실질적인 차량 구매 비용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각종 할인 조건이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편익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딜러사간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구매 혜택 확대, 고객 서비스 개선의 계기가 사라질 수 있단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정찰제 정책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영업사원과 협상해 더 만족할 수 있는 가격에 차량을 구입할 기회를 뺏을 수 있다"라며 "구매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품을 판 소비자로선 역차별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온라인 및 정찰제 전환 흐름이 '판매사가 이윤을 늘리려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찰제를 통해 할인 프로모션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마진율을 높여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딜러사들과의 협의도 중요하다. 벤츠코리아도 내년 직판제를 도입하기 위해 현재 딜러사와 차량 판매에 따른 수익 정산 비율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직판제가 도입되면 국내 수입차 딜러사들의 입지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수입차 유통 구조의 변화가 발생하면서 딜러사들의 수익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딜러와 함께 차량을 관리하던 인력들을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딜러사 간의 가격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수입차 가격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딜러사의 경우 수익성 악화 및 판매 압박 이중 부담과 더불어 인력 구조조정 및 대리점 축소 등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