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당국, 고위공무원 교체 본격화금융위, 지난 19일 고위직 4명 일괄 사표기재부는 차관보·예산·세제실장 등 7명고위 공직자 공백 장기화 시 정책 집행차질
  • ▲ 금융위원회ⓒ뉴데일리DB
    ▲ 금융위원회ⓒ뉴데일리DB
    정부 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이어 금융위원회도 1급 간부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조직개편과 정책 일관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간 정권이 바뀌어도 1급 인사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관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제 정책이 정치 논리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금융위 소속 1급 고위직 4명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았다. 대상은 금융위 상임위원 2명과 증선위 삼임위원 1명 그리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총 4명이다. 

    금융위 1급 일괄 사표는 최근 기획재정부를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는 등 재정·예산 기능과 금융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인적 쇄신 의지를 표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주 차관보와 국제경제관리관, 재정관리관, 예산·세제·기획조정실장, 대변인 등 1급 7명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기재부가 1급 고위공직자에게서 일괄 사표를 받은 것은 전례 없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중장기 경제·재정 전략과 국제금융·대외신인도 관리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인 만큼 최고 실무 책임자를 한꺼번에 교체하면 정책 연속성과 대외 신뢰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해온 '기재부 힘 빼기' 연장선상으로 해석한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내년 1월 2일부터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전환되고 예산 기능을 떼어내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가 신설된다. 

    단기적으로는 후임 인사가 지연되면서 정책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월 말로 예상됐던 기재부 1급 인사는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후임 실장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8일 갑작스레 예산실 국장 인사를 먼저 단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일괄 정리는 인사권을 통한 정치적 레버리지 확보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특히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쪼개거나 조정하며 동시에 고위 인사의 교체를 동반하는 모습은 정부의 통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김은경 전 장관은 청와대 및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의 사표 제출을 종용하고 후임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를 내정하는 방식으로 인사 절차의 공정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으며 대법원에서는 직권남용·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최종적으로 징역 2년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