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497억원 책정 … 국회서 '전액 삭감'정치적 판단에 시추 차질 가능성 … "대왕고래 내에서 시추 더 해야"다른 곳 시추는 이어져 … "국가 에너지원 확보를 최우선 순위 둬야"
-
- ▲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가스전의 유망 구조 7개 중 가장 규모가 큰 '대왕고래' 구조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낸 가운데 최근 2년간 관련 예산이 없어 정치적 판단에 따른 예고된 실패를 얻었다는 지적이 나온다.22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전날 "대왕고래 구조에 대해 추가 탐사는 없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한 지 약 15개월 만이다.우선 석유공사가 공개한 '대왕고래 구조 시추 결과'에 따르면 저류암과 덮개암의 두께는 시추 전 예상치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류암은 석유·가스가 채워지는 빈 공간을 뜻하는 공극률이 30.8%로 이전에 예상했던 18~30%를 웃돌았다.석유공사가 대왕고래 시추를 통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지은 것은 유전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다른 조건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업성을 결정하는 가스 포화도는 6.3%에 그쳐 당초 예상했던 50~70%를 크게 밑돌았다. 지층 전체에서 석유·가스가 존재할 수 있는 빈 공간이 30.8%이고, 그 중 6.3%만이 가스로 채워져 있었다는 의미다.가스의 종류도 예상과는 차이가 있었다. 당초 석유공사는 수백만 년간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형성된 경제성 높은 열원가스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경제성 없는 어류·플랑크톤 등이 낮은 온도에서 단순 분해된 바이오가스만이 검출됐다.다만 이번 결론을 두고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정치적 희생양으로 몰려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윤석열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예산 497억원을 책정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당초 정부가 요구했던 예산이 실제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대왕고래 구조 시추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다른 구조에 대해서도 시추는 필요하지만 이전에 대왕고래 구조 안에서도 시추는 여러번 할 필요가 있다"며 "자체 예산이 적은 공사에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정부 지원이 없어지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한 사업이던 만큼 과거 윤 전 대통령의 색채를 지우기 위한 판단이 깔려 있을 수 있단 해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내년 예산을 올해 한 푼도 편성하지 않으면서 이번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2년 연속 정부 지원을 못 받게 된다.대왕고래 시추는 실패로 결론 났지만,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는 이어진다. 석유공사가 최근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시추를 위한 국제 입찰을 진행한 결과 영국계 석유 메이저 BP를 비롯한 복수 해외 석유개발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세계적으로도 첫 탐사 시추에서 곧바로 상업성 있는 매장량을 발견한 사례가 드문 만큼 복수의 외국계 기업을 참여시켜 대왕고래 외 여섯 구조 중 한 곳에서 두 번째 시추를 진행할 계획이다.대표적으로 1960년대 탐사를 시작한 남미 가이아나 리자 유전은 2015년 진행한 14번째 탐사에서 석유·가스를 처음 발견했다. 남미 최빈국이었던 가이아나는 반세기 노력 끝에 매장량이 최대 110억배럴에 달하는 '21세기 최대 석유 개발' 지역으로 발돋움하며 단숨에 '석유 부국'으로 올라섰다.한국석유공사가 1990년대 중반 참여해 초반 다섯 차례 시추를 진행했던 아프리카 리비아 해상 광구도 초반엔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여섯 번째 시추에서 10억배럴 규모가 매장된 초대형 유전 '엘리펀트'를 발견했다.유럽의 대표 산유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도 1960년대 북해 대륙붕에서 탐사를 시작했는데 32번의 시추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으나, 33번째 시추에서 35억배럴 규모의 에코피스크 유전을 발견했다. 이후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국부 펀드를 운용하는 산유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 브라질 등 각고의 노력 끝에 발견한 유전 사례는 수없이 많다.강 교수는 "산업부와 에너지공사는 국가의 에너지원 확보를 정치적 판단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며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어느 정권의 산물로 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진해 우리 경제가 발돋움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