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조선사, 예년보다 빨리 임단협 마무리노란봉투법 통과에 따른 파업 격화 우려 해소한미 협력 앞두고 안정성 확보·수주전략 탄력추투 리스크 해소와 함께 인재 영입 속도전
  • ▲ HD현대미포의 1600TEU급 컨선. ⓒHD현대
    ▲ HD현대미포의 1600TEU급 컨선. ⓒHD현대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 지으며 ‘추투(추석 파업)’ 우려를 불식시켰다. 노사 갈등 리스크를 해소한 이들 기업은 한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협력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성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D현대중공업을 끝으로 국내 빅3 조선사의 올해 임단협 교섭이 마무리됐다. 조선 3사 가운데선 한화오션이 지난 7월 가장 먼저 기본급 12만3262원 인상·520만원의 일시금 지급 내용을 담은 임단협을 타결했고, 삼성중공업이 이달 10일 기본급 13만3196원 인상·일시금 520만원 지급 내용에 합의했다.

    HD현대중공업은 업계 최고 수준인 ▲기본급 13만5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 ▲HD현대미포 합병 축하금(120만원)을 포함한 일시금 640만원 ▲특별 인센티브 100% 등 내용을 담은 2차 잠정합의안이 지난 19일 조합원 투표에서 59.56%의 찬성률로 가결되며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사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지난 7월 18일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일시금 52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하는 첫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조합원 총회 투표 부결로 최종 합의는 무산됐다. 노조는 기본급과 일시금 추가 지급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미 동종업계 최고 수준을 제시했다고 맞서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발표, 싱가포르 법인 설립 등 쟁점이 늘며 노사 갈등이 격화했고 노조는 총 4차례의 전면 파업과 11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백호선 노조지부장은 회사 측을 압박하고자 지난 10일 울산 조선소 내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결국 회사가 기본급과 일시금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노사는 5월 20일 상견례 이후 122일 만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번 격려금과 성과금, 기본급 인상 효과를 합친 총액은 약 2830만원으로 역대 최대, 업계 최고 수준의 인상폭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미포의 합병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고용안정 및 상생협약도 체결한다.

    조선 3사 모두 예년보다 빠르게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중공업은 9월, 한화오션은 10월, HD현대중공업은 11월이 돼서야 노사 합의에 도달했다. 올해는 노조 권익을 강화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통과와 함께 파업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오히려 예년보다 빨리 협상을 마무리했다.

    한미 함정 정비·건조 협력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란 중대 과제를 앞두고 노사가 갈등보다 공조를 택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 구도가 글로벌 조선·방산 협력의 향방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각사의 임단협 타결이 산업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향후 수주전략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반기 추투 부담을 덜어낸 국내 조선사들은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업 호황이 인력난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마스가 프로젝트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필요한 숙련 기술자뿐 아니라 커진 사업 규모에 대응하기 위한 젊은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이날은 HD현대의 하반기 대졸 공채 마감일이다. HD현대는 올해 전체 그룹 기준 1500명을 뽑을 예정이며, 향후 5년간 1만여명을 신규 채용한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조선·건설기계·에너지 부문 등 총 19개 계열사에서 1만여명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특히 친환경 기술, 디지털 스마트 설루션, 수소·바이오 사업 추진을 위한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화오션도 30일까지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 상태다. 올해 총 8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으로 R&D·기술컨설팅·설계·생산관리·HSE(보건안전환경)·시공·경영지원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인재를 선발한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3일 하반기 공채 접수를 마감하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이 조선업 도약을 위한 기회의 시기임을 이해하고, 결단 내려준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며 “교섭 타결을 계기로 전 임직원이 실적 개선을 위해 한 마음 한뜻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