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4분기도 '깜짝 실적' … 슈퍼사이클 신호탄"구조적으로 완전히 달라진 사이클" 평가에 시장 들썩삼성·SK, '10조 클럽' 복귀 점쳐져 … 실적 전망 줄상향
  • ▲ 마이크론 HBM4 제품 이미지 ⓒ마이크론
    ▲ 마이크론 HBM4 제품 이미지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하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본격 개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AI(인공지능) 수요가 메모리 시장 전반을 이끄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하며 과거와는 깊이가 달라진 D램 슈퍼사이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당장 올 3분기 실적부터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2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1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46%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39억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특히 비메모리와 달리 경기 변동성이 큰 메모리 분야에서 이 같은 '깜짝 실적'이 나온 것은 AI 수요 폭증 덕분이라는 평가다.

    마이크론은 내년 1분기(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가이던스는 122억~128억 달러로 시장 컨센서스인 119억 4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을 내놨다. 지난 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3.03달러까지 오른 데 이어 다음 분기에도 3.6~3.9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해 호실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강한 시그널을 남겼다.

    마이크론의 호실적에 이어 내년 전망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메모리 시장에 예전과는 다른 방식의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렸다.

    ◇ D램 가격 ‘역대 최고가' … 슈퍼사이클 본격 진입

    최근 메모리 시장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가 앞다퉈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D램 현물가격은 2025년 들어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의 확실한 계기를 만들었다. 이달 기준으로는 8Gb DDR5가 개당 3.5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슈퍼사이클 당시 고점(약 3.2달러)을 웃도는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역대 최고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D램 가격이 급등한 데는 AI 데이터센터 확장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생성형 AI 서비스와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구동하기 위해선 GPU뿐 아니라 대용량 고속 메모리가 필수다. 실제로 엔비디아, AMD,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이 차세대 AI 칩에 탑재하는 메모리 용량을 기존 대비 2~3배 확대하고 있어, 단가와 출하량이 동시에 늘어나는 '완벽한 수요 사이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과거 메모리 업황은 2~3년 주기로 가격이 급등락하는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 사이클은 양상이 다르다. 스마트폰, PC에 치우쳤던 수요 기반이 AI 서버, 자동차, 엣지 디바이스 등으로 다변화됐고, 공급 측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 체제가 견고해지며 출혈경쟁 대신 고부가 제품 중심의 전략으로 재편됐다.

    가격 회복 속도 역시 과거보다 훨씬 빠르다. 통상적으로 재고 조정이 끝난 뒤 1년 이상 지나야 나타나던 반등이 이번에는 불과 6개월 만에 현실화됐다. 이는 AI 특수 수요가 재고 소진을 가속화하고, 가격과 투자 회복의 사이클을 압축시켰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이 이번 분기에 기록한 깜짝 실적은 단순한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메모리 산업이 구조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도 이를 근거로 "2025~2026년은 2018년 슈퍼사이클을 뛰어넘는 '역대급 사이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 ▲ 삼성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SK, 3분기부터 실적 상향 본격화

    마이크론의 '재증명'은 곧 한국 반도체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두 회사는 HBM을 비롯한 초고속 D램과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AI 기반 메모리 수요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증권사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을 82조7000억 원, 영업이익을 10조7000억 원으로 전망하며, 이는 시장 컨센서스(약 9조70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등도 매출 83조7000억 원, 영업이익 10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면서 '10조 클럽'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전망치는 더 공격적이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매출 24조6000억 원, 영업이익 11조2000억 원을 제시했고, IBK투자증권은 매출 24조4990억 원, 영업이익 11조3320억 원으로 추정했다. 키움증권 역시 매출 24조3000억 원, 영업이익 11조6000억 원을 내다봤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이미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HBM3E와 낸드 사업부 회복 효과가 본격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이클은 단순한 가격 반등이 아니라 AI 중심의 구조적 변화가 이끄는 대전환"이라며 "삼성과 SK가 보여줄 실적 개선 폭은 마이크론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