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형주, 9월 들어 10.32% 상승 … 소형주 대비 2.5배↑반도체 투톱 삼전·SK하닉 견인 … 두종목 제외 시 코스피 반토막“단기 급등 따른 조정 가능성 있지만, 연말까지 강세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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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매수심리는 대형주에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3198.60에서 3528.60으로 10.32%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5.16%, 2.96%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피 지수가 이 기간 9.42%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초과 수익률을 달성한 대형주에만 쏠림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대형주의 상승률은 소형주의 약 2.5배에 달했다.

    코스피·코스닥시장 통합지수인 KRX TMI(Total Market Index) 지수의 흐름도 비슷하다. KRX TMI 지수 중 중대형은 누적 시가총액 94% 이상, 소형은 94∼99%, 초소형은 99% 미만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KRX 중대형 TMI 지수는 이달 들어 11.43% 오른 반면 ▲KRX 중형 TMI(8.48%) ▲KRX 소형 TMI(6.96%) ▲KRX 초소형 TMI(1.75%) 등 규모가 작아질수록 수익률도 감소했다. 중대형 지수는 초소형 지수 대비 수익률이 5.5배 이상 높았으며 KRX TMI(11.16%) 지수도 웃돌았다.

    이처럼 대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배경은 최근 글로벌 AI(인공지능) 산업이 커지면서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이 세계 시장을 이끈 점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이달 들어 23일(현지 시각)까지 M7 종목들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테슬라(27.55%) ▲알파벳(18.20%) ▲애플(9.60%) ▲아마존(3.62%) ▲엔비디아(2.44%) ▲메타(2.26%) ▲마이크로소프트(0.50%) 순으로 나타났다. 전 종목이 강세를 시현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관련주들이 불기둥을 세웠다. ‘KRX 반도체’ 지수는 이달 24.85% 상승했는데, 이는 양대 지수 수익률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에서도 1위다.

    국내 반도체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각각 21.52%, 34.20% 폭등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31일 이후 1년 2개월 만에 시가총액 500조원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러브콜이 쏟아진 영향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달 삼성전자 주식 1조5101억원어치와 SK하이닉스 287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경우 삼성전자 4조1117억원, SK하이닉스 1조8962억원이나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6조4070억원어치나 팔아치웠고 SK하이닉스도 2조1116억원을 순매도했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빅테크가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며 “코스피도 브로드컴, 오라클, TSMC 등의 견조한 실적과 가이던스(전망치)에 더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밝다는 전망이 지속하면서 반도체주가 코스피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 원전 등의 업종이 조정 이후 상승을 재개하며 코스피 신고가를 이끌고 있다”며 “다만 소수 대형주를 제외하면 증시 전반은 혼조세가 나타났고, 외국인 매수세와 달러인덱스 하락에도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는 등 불안정한 지표들이 관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지나친 대형주 쏠림이 향후 지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23.23%에서 26.63%로 3.4%포인트 증가했는데, 전체 코스피 시총 상승분의 62.10%가 두 종목에서 나왔다.

    9월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은 각각 88조7946억원, 66조9762억원씩 늘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 시총은 약 250조8315억원 불어났는데, 이들 두 종목을 제외하면 95조061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반도체 투톱을 제외하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절반 이하 수준까지 하락한다.

    다만, 증권가에선 당분간 반도체 관련주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은 실적 상향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이를 반영하며 주가도 지수를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당초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감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기 급등으로 인한 조정이 나올 수도 있지만, 연말까지 메모리 업체들의 비중확대 전략을 추천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