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11Gbps 성능 공개 … 삼성·SK와 격차 해소대량 양산 시점은 늦을수도 … 엔비디아 루빈 일정 변수SK하이닉스 우위 속 삼성 추격 … 마이크론도 반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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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 본사 전경 ⓒ엔비디아
차세대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승부처로 꼽히는 HBM4(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이 정점에 이르렀다. 마이크론이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자사 HBM4 성능을 공식 공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대역폭을 확보했음을 자신한 것이다.세 업체가 모두 엔비디아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루빈(Rubin)'을 겨냥해 샘플을 공급한 가운데, 업계의 관심은 이제 누가 먼저 대량 양산에 들어가 루빈 일정에 맞출 수 있느냐에 쏠린다.◇ 마이크론도 대역폭 확보 … HBM4 관건은 '양산 속도'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차세대 HBM4 제품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11Gbps 대역폭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비해 기술 성숙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마이크론이 직접 수치를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미 동일한 11Gbps 대역폭을 구현한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상태다. 한때 '성능 격차'의 바로미터로 꼽히던 대역폭에서 세 업체가 모두 같은 스펙을 확보하게 되면서 기술적 우위는 사실상 사라졌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3 시절에는 전력 효율이나 발열 제어에서 업체별 미세한 차이가 있었지만, HBM4에서는 대역폭이 최대 관건이었다"며 "이번에 세 회사 모두 같은 선상에 올라섰다"고 말했다.스펙 경쟁이 일단락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으로 옮겨갔다. 같은 성능이라면 엔비디아 루빈 출시 일정에 맞춰 누가 먼저 대량 공급 체제를 갖추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현재 로드맵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어 삼성전자가 뒤를 잇고 마이크론은 상대적으로 늦은 양산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에서도 '퍼스트 벤더(First Vendor)' 지위를 확보하며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 역시 공격적 투자로 HBM 생산라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고 마이크론은 후발주자지만 실적 발표를 통해 "루빈 일정에 맞출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
- ▲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이미지 ⓒSK하이닉스
◇ 루빈 출시 지연이 최대 변수 … HBM 기술전에서 속도전으로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로 계획했던 루빈 출시 일정이 4~6개월가량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근 서버 업체를 비롯해 주요 고객사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AI 학습 환경 최적화를 위해 일정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경우 마이크론에도 승산이 생긴다. 양산 체제 전환이 다소 늦더라도 출시 시점이 밀리면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루빈의 양산 시점이 늦춰지면 HBM4의 공급 경쟁은 단순히 기술력이 아닌 일정 관리, 고객사 협상력, 품질 검증 속도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엔비디아의 최종 선택은 누가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HBM4는 엔비디아의 AI GPU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이다. 루빈에 들어가는 HBM4 공급권을 먼저 확보한 업체는 향후 2~3년간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 확대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HBM 시장 규모가 150억 달러 수준이지만 루빈 출시가 본격화되는 오는 2027년에는 4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따라서 퍼스트 벤더 지위 확보 여부는 각사 실적은 물론 향후 반도체 산업 내 위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로 엔비디아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HBM4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킬 경우 명실상부한 'AI 메모리 강자'로 도약할 수 있다.삼성전자 역시 "반드시 HBM4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목표 아래 수율 개선과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번 성능 공개를 발판으로 '3강 체제'에 본격 합류하겠다는 계산이다.대역폭이라는 기술적 장벽이 허물어진 현재 HBM4 경쟁은 속도의 게임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엔비디아 루빈이라는 거대 플랫폼에 누가 가장 먼저 올라타냐에 따라 메모리 3사의 미래가 갈릴 전망이다. AI 슈퍼사이클의 명운이 걸린 이번 승부는 그야말로 '막상막하' 상황에서 단 몇 개월 차이로 판가름 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