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분기 10조 흑자 전망되지만 … 파운드리는 여전히 적자메모리 편중 심화로 '반쪽짜리 호황' 우려테슬라 수주에도 TSMC와 격차 좁히기 난항"슈퍼사이클이 벌어준 시간, 파운드리 체질 개선 시험대"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힘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지만 파운드리는 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DS부문이 다시 메모리에만 편중되는 구조가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메모리 호황으로 숨 고를 시간을 번 파운드리가 반전 역사를 쓸 기회를 얻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AI(인공지능) 수요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촉발하면서 적어도 2027년까지는 메모리 슈퍼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문 내에서도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에서 더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실적 격차는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하다.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파운드리사업부는 여전히 5000억~1조 원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우선 메모리업계는 글로벌 AI 수요로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적자 전환을 걱정했지만 이제는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 재진입을 거론하는 국면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AI 서버 확산이 만든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는 물론, HBM과 DDR5의 수요가 동반 폭증하고 있다. 특히 HBM4와 차세대 HBM4E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으며 가격 강세를 주도한다.

    이는 곧 과거 사이클과는 호황 규모나 기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지난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4년 간 강력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을 정도다.

    이처럼 역사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구조의 메모리 슈퍼호황으로 불과 몇 년 전 '메모리-파운드리 투트랙'을 내세웠던 삼성 DS가 사실상 메모리 단일 엔진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지난해만 해도 메모리 부문이 10조 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파운드리 흑자가 일부 방어 역할을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얼마 전 테슬라 AI 칩 생산을 맡으며 부활 신호탄을 쐈지만 그간 누적 적자를 만회하고 대형 고객사들을 추가로 맞이할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4나노 이하 첨단 공정의 수율 문제와 퀄컴,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 상당수가 TSMC로 발주를 몰아주고 있는 상황은 삼성 파운드리에겐 뼈 아플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테슬라 AI 칩 계약과 같은 신규 고객 확보 사례가 있었지만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결국 DS부문 전체 실적을 지탱하는 것은 메모리라는데 이견은 없다. 업계와 시장에선 아마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데도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의 온도차는 삼성 DS부문의 체질적 한계를 다시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수요가 당장은 강력한 모멘텀이 되고 있지만 만약 경기 둔화나 AI 투자 사이클이 주춤할 경우 메모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사이클 변동성이 큰 D램과 낸드 가격을 파운드리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DS부문은 또다시 메모리 단일 엔진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DS 전체 체질 개선을 위해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현재 삼성 파운드리는 2나노(SF2) 공정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고객사 확보다. 퀄컴이 스냅드래곤 차기 제품을 TSMC 2나노로 옮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삼성은 테슬라 이후 새로운 빅네임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겉으로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덕에 DS부문 전체가 호황을 맞이한 듯 보이지만 삼성은 내부적으로 여전히 고민과 숙제를 떠안고 있다. 이번 메모리 슈퍼호황이 '반쪽짜리 호황'에 그치지 않으려면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메모리 호황이 숨 고르기 시간을 벌어준 만큼 삼성 DS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